북 “도장가지고 왔다” 적극적/서울 남북한 총리회담장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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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 획기적 핵제안에 북 대책마련 부산/북측연락관 “맑은 하늘처럼 전망 밝다”
○…12일 고위급회담 이틀째 회의는 이날 새벽 양측 대표간 접촉에서 양측 입장에 대한 타협가능성을 찾음에 따라 회의시작 15분만인 오전10시15분 정회하고 곧바로 대표접촉을 시작.
남북양측총리들은 회담장에 들어서자 11일오후 공연일정등을 화제로 환담을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
당초 정원식 총리는 회의 모두에 30분간 하게돼있는 「첫 발언」에서 북측이 영변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추궁하고 비핵화선언 수용을 집중요구할 예정이었으나 막후접촉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취소했다는 것.
○…본회의가 정회된 직후 안병수 북측대변인과 이동복 남측대변인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본회의 진행상황을 공동 발표.
남측과 북측대변인은 차례로 읽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이날 본회의가 정회됐으며 합의서 내용조정과 문안정리를 실무대표접촉을 통해 마치고 본회의를 속개할 것이라고 설명.
양측 대변인은 이같은 회담진행방식에 대해 『양측 실무대표들이 이날 아침 합의한 것』이라고 공개.
이대변인은 『대변인들의 발표가 합의서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은 뒤 『궁금하겠지만 옥동자가 생산될지 기다려달라』고 답변.
○…양측이 발표할 발표문 문안작성에 들어간 양측 실무대표들은 낮12시35분쯤 오후 일정을 위해 잠시 정회.
회의장을 나온 남북 양측 대표들은 합의내용에는 입을 다물면서도 한결같이 밝은 표정으로 낙관적인 전망.
남측의 한 대표는 『이미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문안조정작업에 들어갔다』며 『공동발표문에는 「합의서」와 핵문제에 대한 입장이 함께 담길 것』이라고 귀띔.
북측의 최봉춘 연락관도 『합의를 해야지 안하면 되는냐』며 『하늘이 청청 맑은 것처럼 전망이 밝다』고 희색.
양측 대표단은 실무대표접촉을 할 인원만 남겨둔채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이행할 예정이어서 「합의서」에 대한 서명은 13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남북 양측대표단은 11일 고위급회담 첫날 회의결과를 놓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11일 밤늦게까지 대책회의를 갖는등 분주한 모습.
남측 대표단은 1,3차때의 경우 오전2시가 넘도록 회의를 했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일찌감치 최종 양보선을 제시해 놓고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느라 이날은 밤12시가 되기도 전에 대책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북측은 전혀 의외로 남측이 전격적이고 획기적인 제안을 한 탓에 뒤늦게 북측에 연락하느라 밤새 실무대표들의 방에는 불이 밝혀져 있어 대책마련에 분주한 분위기.
북측은 이번 회담을 향후 고위급 회담의 「분수령」이라고 계속 강조해 왔는데 남하직전 「고위층」으로부터 『이번에는 꼭 합의서에 서명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후문.
그러나 남측은 핵문제와 관련해 「옷을 모두 벗고」시범사찰이든,「합의서」의 불가침 이행보장 장치든 양자택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북측이 당황.
이행보장장치에는 「대량 살상무기 우선 제거」와 「현장검증」「상주감시 체제 교환 운영」등을 규정,핵사찰이 가능하게 돼 있어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문제로 집약된 것.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도 이 두가지중 최소한 한가지는 약속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동안 북한의 핵문제가 합의되지 않으면 관계진전을 하지 않도록 한국측의 요구를 받아온 미·일등 우방들도 납득시킬 수 없다는 분석 때문인 듯.
○…한편 김종휘 대표는 북측과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밤중에 노태우 대통령에게 회담경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한 관계자가 설명.정부의 고위관계자는 12일 오전 일부러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해 설명했는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어가는 것 같더라』고 해 회담전도가 낙관적임을 암시.
이 관계자는 『잘되면 핵동시사찰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포함된다』고 해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
○…남측이 핵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자 북한측은 이를 논의하느라 11일 오후일정을 취소하려고 하는 바람에 롯데월드와 국립극장 관람이 1시간가량 늦어지는 촌극을 연출.
북측은 이날 오후 출발에 앞서 갑자기 양측 대변인 접촉을 요구하는등 일정취소를 요구했는데 남측의 의도를 파악해 평양에 보고하고 대책을 마련키 위한 시간벌기라는 분석.
북측대표들은 『이번에는 도장을 가져왔다. 수결하고 가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남측이 핵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자 이를 수용하는 문제에 대한 북측의 지침이 없어 이를 협의키위한 것인듯.
북측은 이날밤에 이어 12일 새벽에도 접촉을 갖자고 계속 요구했으나 남측은 일단 12일 본회의에서 평양의 지시내용을 내놓을 연형묵 총리의 발언을 보고나서야 구체적인 협상이 가능하다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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