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광장|연말연시의 건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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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람이 지쳐 병을 얻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도 많다. 종일토록 과중한 일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너무 한가로운 사람 또한 걸리기 쉬운 것이다.
대개 한가한 사람은 운동이 부족하고 포식할때가 많기 때문에 경락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응체되어 기가 잘 돌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유한 사람은 얼굴은 즐거우나 마음이 괴롭고, 가난한 사람은 몸은 편하지 않아도 마음은 편하다. 부유한 사람은 기욕(기욕)이 많으므로 조심하지 않으면 진수성찬에 혹해 병을 얻기 쉬우니 환락으로 인해 피로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흐르는 물은 썩지 많고 문지방이 좀먹지 않는다는 말이 값진 교훈이 되는 것이다. 이상은『동의보감』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락·혈맥 또는 기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할수 있는 내용이다.
겨울철이 되면 운동량이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그대신 연말이 가까워지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사업상 문제도 그렇고, 자녀 입학문제 때문에도 그렇다. 즉 날씨는 추워지고 마음은 불편한데 운동량은 감소하고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서 음식·술을 절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바로 요즈음이다. 소위 성인병이 악화될수 있는 요인이 집중적으로 많아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날씨가 추워졌다고 하여 따뜻한 곳에만 웅크리고 있으면서 음식·술을 탐하는 것은 『동의보감』의 관점에서 보면 기가 안일해지는 것이고 이는 곧 정체를 의미한다(기일칙체)·정체되는 것은 흐르는 물이나 문지방과는 반대상황이 되어 썩거나 좀이 먹을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날씨가 추운데 지나치게 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건강을 위해 적절한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더구나 과음·과식을 주의해야하는 것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또 정신적으로도 공연히 들뜨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경제적인 어려움, 진학과 관련된 불안에 냉정히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특히 필요한 것이 연말연시라고 할수 있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가지 계획·다짐이 있겠지만 그중에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계획·다짐도 포함되어야 할것이고, 또 건강한 새해를 위한 대책은 겨울철 건강관리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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