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양책/약효 오래갈까… 안갈까/개방·선거앞두고 또 땜질

◎2년전 조치때도 「실패」로 끝나/기관투자가 기능회복이 과제
89년의 12·12 증시부양조치가 내일로 두해째를 맞는다.
「한은자금의 무제한 지원」을 근간으로 했던 당시의 정책의도에 대해 지금도 정책담당자들은 찬반 양론으로 갈리고 있지만 「의도」와는 관계없이 결과가 참담한 「시장 실패」로 끝났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재무부가 10일 개각을 앞두고 각금융기관으로 하여금 2천4백억원을 추렴,연말까지의 장을 떠받치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발표」하나만으로 주가가 20포인트나 뛰었다는 것은 12·12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당국이 비록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도 자제」정책의 단순한 연장일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하룻새 20포인트가 뛴 「시장」은 분명히 「정책의도」를 달리 해석하고 있고,바로 그런 면에서 그간 어렵사리 길들여져오던 시장원리에 또다시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당장 정부안에서조차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전 12월12일 정부는 중앙은행이 무제한 돈을 찍어서라도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주식을 매입,주가를 떠받치겠다는 증시대책을 내놓았었다. 극약과도 같은 기발한 처방이 내려진뒤 꼭 2년,종합주가지수는 12·12조치 전날 8백44에서 올 12월10일현재 6백30선으로 주저앉아 있다.
12·12조치이후 투신사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다가 2조7천6백9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투신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주가하락에 따른 평가손실과 함께 은행돈에 대한 이자를 물어야 했다.
11월말 현재 3투신의 고유재산 주식평가손은 1조1천6백억원에 이른다. 투신사들은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고 90년 5·8조치,91년 5·2투신사경영개선대책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급기야 국민세금인 국고 여유자금이 3%의 싼이자로 투신사지원금으로 쓰였다. 이를 포함한 투신사의 차입규모는 무려 5조5천9백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3투신은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증시를 좌우하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은 커녕 제 앞 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신세가 돼있는 상태다.
더구나 12·12조치는 은행이 투신에 지원한 돈이 그대로 풀려 90년 내내 통화관리정책에 걸림돌이 됐다. 극약처방에 의한 상처는 더욱 깊어져 또다른 응급처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잇따라 이른바 「증시안정」「증시환경개선」「투신사경영개선」과 같은 이름을 붙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처방의 약효는 사흘을 못넘겼다. 대책발표 10일후의 주가가 발표 10일전보다 오히려 더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의 증시상황에는 경제전반의 여건에 의한 자생력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을 지난 2년간의 증시가 스스로 증명해보인 것이다.
따라서 최근 당국이 다시 개방과 선거·개각 등을 의식,시장에 개입하는 무리수를 둘 경우 그렇지 않아도 좋지않은 경제전반에 더욱 깊은 주름살을 지울 수도 있다는 걱정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주가는 경제현상의 정직한 반영이다. 따라서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정치상황도 개선해 증시에 반영되도록 해야지,거꾸로 인위적인 힘을 가해 일시적으로 들뜨게 해놓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12·12조치 두돌의 교훈이다.<양재찬기자>
◇89년 12·12이후 증시부양일지
일자:89.12.12
주요내용:△한국은행의 자금지원에 의한 투신사의 무제한 주식매입
△시가발행할인율 최고 30%로 확대
△고객예탁금 이용요율 1%에서 5%로 인상
일자:90.3.2
주요내용:△기관투자가 범위 확대(기금,공제단체)
△증권주 신용융자 허용
일자:90.5.8
주요내용:△투신사 자금지원
△거래세 인하
△증시안정기금 4조원으로 증액
△공개·증자를 통한 주식물량 공급 억제
일자:90.8.30
주요내용:△근로자 장기증권저축비과세
△세금우대 소액채권 저축 한도 확대
일자:90.9.18
주요내용:△투신사에 보장형수익증권 발매허용(2조6천억원)
△증권사 증안기금 8천억원 납입
일자:91.5.2
주요내용:△투신경영개선대책으로 국고여유자금 2조2천억원지원
일자:91.6.13
주요내용:△시가발행 할인율 자율화
△교환사채 발행 허용
일자:91.12.10
주요내용:△은행·보험사등 주식 2천4백억원어치 긴급 매입
△증권·투신사에 통화채배정 중단,만기통화채현금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