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 만에 6자회담 재개 "매달 중유 5만t 5개국서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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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는 내년 8월 말까지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끝내는 조건으로 매달 중유 5만t에 상당하는 에너지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키로 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한.미.일.중.러시아로부터 18개월 동안 총 90만t(3억50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북한이 불능화 조치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19일 시작된 6차 6자회담에서 단계별로 중유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키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을 뺀 6자회담 참가국들은 '2.13 합의' 당시 영변 핵 시설 폐쇄.봉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검증 활동 단계에 중유 5만t을 긴급 지원하는 등 핵 시설 불능화 단계까지 중유 100만t 상당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핵 시설을 폐쇄.봉인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불투명한 상황에선 6자회담의 추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월별 지원 방식은 '당근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핵 불능화를 포함한 핵 폐기 완료 시점을 내년 말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능화 대상은 핵무기 생산과 관련한 모든 시설이다.

또 북핵의 동결-신고-검증-폐기 단계에 맞춰 대북 지원을 연계할 경우 그때마다 이행 실적 평가와 지원 규모를 놓고 각국 간에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점도 감안됐다.

북한은 지난주 열린 비핵화.경제지원 실무그룹 회의에서 "중유 등 석유 제품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달라. 발전소와 산업시설을 돌리는 데 월 4만~5만t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핵 폐기를 추진한다'는 원칙에 동의했다고 한다. 특히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장비의 소재.용도 등을 적극 해명할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불능화 대상에 핵무기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제6차 6자회담 개막=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선 35일 만에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얼굴을 맞댔다. 북핵 문제의 암초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원만히 풀린 때문인지 각국 대표들의 표정은 밝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BDA가 전면 해제되면 영변 핵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며 "베이징에도 봄기운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어 일본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수석대표는 "김 부상은 기조연설에서 일본의 회담 참가 자격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6자 외교장관 회담의 날짜.장소를 결정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6자 장관회담은 5월 초에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6자 장관회담 이후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프로세스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이번 6자회담은 2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베이징=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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