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 불붙은 광고전/올들어 7백60억 쏟아… 대우서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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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외판로 좁아져 내수에 중점투자
올해는 국내 가전3사의 광고전과 신제품 개발경쟁이 어느때보다 뜨거웠던 한해로 기록될 것같다.
가전 3사가 올들어 지난달까지 TV·신문등에 쏟아부은 광고비는 전년동기보다 20%늘어난 7백60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같이 광고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판로가 막힌 가전업계가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림에 따라 국내 판촉경쟁이 치열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올들어 전자부문의 중흥을 부르짖으며 삼성전자와 금성사에 「선전포고」하고 나선 대우전자가 광고경쟁에 불을 붙였다.
대우전자가 지난달까지 쓴 광고비는 1백99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무려 46.5%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기간 삼성전자의 3백29억원,금성사의 2백35억원에는 못미치는 금액이지만 대우전자의 내수점유율이 경쟁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데다 불황기의 자금사정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욕적」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대우전자의 내수시장점유율은 최근 수년간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15%정도에 그치는등 「가전 2.5사」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이에 따라 김우중 회장이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광고에 출연하겠다』고 까지 나섰고 10년간 전속광고대행사로 같이 일해온 오리콤을 코래드로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올해는 광고비의 외형적 증가 뿐아니라 가전 3사가 TV광고를 중심으로 저마다 특색있는 아이디어경쟁을 벌인 한해이기도 했다.
대우전자가 8월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드라마 CF 「신대우가족」은 기존의 직접적인 개별제품광고방식을 탈피,연속극이라는 간접방식으로 대우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전제품 이미지를 높이려는 시도였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제주·전남지역에 제주도해녀·광주 무등산등 지역특성에 맞는 광고를 별도제작한 지역광고시리즈를 개발,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신제품 개발경쟁도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삼성전자의 뉴로퍼지세탁기,금성사의 드럼식세탁기,대우전자의 공기방울세탁기가 첨예하게 맞붙었고 TV·VTR 등에서도 10여개의 신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가전업계가 지난 7월 유통시장의 개방확대와 함께 외국제품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한국형」가전제품개발에 눈을 돌린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이와 관련,생활소프트팀(삼성),여성기획팀(금성),B프로젝트팀(대우)등 한국형 제품개발을 위한 특수부서가 생겨났다. 연내에도 이같은 신제품개발·광고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가전 3사는 내년의 여건이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내수부문의 매출액을 올해보다 15∼20%씩 높여 잡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유통시장 개방이후 암중모색해왔던 일본의 양판점업체들이 대한진출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김훈전무는 『국산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데다 반도체·통신부문의 일부 품목을 빼면 획기적으로 국제시장에 내놓을만한 고부가가치상품도 없는 형편』이라며 『내년 역시 가전제품의 내수시장다툼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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