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해체서 비롯된 반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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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회는 민의의 대변자들이 진지하게 국정을 다루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회는 민의를 배반한 사람들이 모여 국정을 망치는 소굴이 아닌가 여겨질 때가 많다.
여야가 입으로는 언제나 나라를 걱정하고 민의를 존중하는체 하면서도 실은 나라 장래나 민의 같은건 아예 외면한채 오직 정권과 당리당략차원의 싸움만 하며 툭하면 날치기와 욕설·폭행등의 난투극을 벌이는가하면 농성이나 단상점거등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서로가 자신들의 행동이 마치 국민을 위한 것인양 주장하며 국민을 팔고 있으니 더욱 가증스럽기만 하다.
예나 지금이나 여야가 모두 모리배 근성과 도당적 타성에 젖고 이 나라 정치가 이모양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나라 민족정기가 말살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해방후 친일집단이라 할수 있는 한민당과 야합한 이승만의 반민특위 해체로 민족의 양심과 대의는 물론 올바른 가치관이 모두 뒤틀리다보니 정치 도의니 정도니 하는것 마저 알게 모르게 허물어져버린 탓이다.
그래서 위정자들마저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이기적 인간형으로 굳어지게 되었는가 하면 국민들의 의식풍토 역시 그런것을 당연시하거나 부러움마저 느끼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6공초기 여소야대시절 야당이 어떻게 했는가를 보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잘 알 수 있다.
반민특위때의 일은 고사하고 당장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할 5공주역들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보복」과 「역사의 응징」은 엄연히 그 본질적 의미가 판이한데도 당시 모 야당총재는 정치보복은 않겠다며 5공의 죄상을 얼버무리는 일에 동조했다.
또 현정권의 대국민공약인 중간평가마저 이행을 촉구하긴 커녕 위현론까지 들먹이며 만류하기까지 했다. 컴퓨터조작이라며 대통령선거 무효를 주장할때는 언제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것은 무엇때문인가.
여대야소때는 수적 열세를 핑계댈수도 있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어정쩡하기만하던 그들이 이제 와서 또 수적 열세만을 탓하며 국민들이 밀어줄 것을 호소하니 아연해질 뿐이다.
이제 선거때가 임박해지니 표를 의식해 대여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야당의 계산된 행동이 어느 면에선 여당의 횡포보다 더 얄밉기만한 것이 요즘의 정치상황이다. 권중희<서울서대문구북가좌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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