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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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대그룹의 변칙증여에 대한 사상최대의 세금부과 논란이후 부의 대물림과 이에 대한 상속·증여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진 사람들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막도록 제도를 엄격하게 만들어 운용해야 한다고들 한다. 국세청은 또 최근 3년동안 부동산을 사들인 1만7천여명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자금추적조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상속·증여세란 얼핏보면 「내가 번 재산,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데 물려주는데 무슨 시비고 세금이냐』는 식으로 따지고 들수도 있다. 그러나 세금부과를 가진 이에게는 많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적게 물려야 한다는 조세의 사회정책적 관점에 따라 19세기말부터 서구에서 상속세가 싹텄다.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상속재산은 일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번 「부노소득으로 보고 높은 세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상속세란 죽으면서 배우자나 2세에게 물려주는 재산에 대한 세금이다. 반면 증여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유산이 아닌 재산을 받은 사람이 물어야 하는 세금이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정부도 남은 유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생활비와 소득수준, 집값·당값오름세에 따라 기본적으로 공제되는 금액도 높아진다. 지난해 세법개정에 따라 상속세의 기본공제액은 4억5천만∼5억원선이다.
그러나 상속세의 경우 최고 55%, 증여세는 60%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숨기려든다. 상속세를 많이 내면 바보라는 뜻에서 상속세는 「바보세」라는 별명이 붙어있기도 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상속·증여세의 자진신고 납부비율은 20%안팎이다. 상속의 경우 증여에 비해 자진 신고율이 더욱 낮은 편이다.
따라서 상속·증여세는 세율은 높지만 그 과세건수가 많지 않아 세액은 전체 국세의 1%선(90년 2천9백59억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재산축적도가 낮은편이다. 부모들이 물려주는 재산중 85%이상이 땅·건물등 부동산이며, 주식·현금·예금능 금융자산은 10%정도로 다른나라에 비해 비중이 낮다. 가구당 5억원에 이르는 상속세공제액도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국세중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정년 3.4%), 대만(88년 1.7%), 미국(88년 1.4%)보다는 낮고, 영국(88년 0.9%), 서독(87년 0.6%)보다는 높은편이다.
1천명의 사망자가 있을 경우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90년 현재 우리나라는 9명으로 70∼80명선인 미국·영국·일본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그림참조).
증여의 대상 또한 부동산위주였는데, 최근 들어 경제규모가 커지고 주식가치가 높아졌고 기업경영인들의 대물림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주식 변칙이동이 문제시되고 있다. 현대·한진그룹에 대한 과세파문도 여기서 비롯됐다.
한편 지난3월에는 장남에게 주식 59만주를 넘겨준 동원산업의 김재철회장이 62억원의 증여세를 자진납부해 신선한 화제가 됐었다.
가급적 숨기려 드는 판에 세금을 정직하게 냈다고 해서 화제가 된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세금을 적게 내려는 마음(절세)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절세의 방법이 세법등 관련규정의 허점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세무당국도 티끌만큼이라도 감정에 따른 세무조사와 세금부과여서는 안되며, 허점을 사전에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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