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공무원 퇴출은 시장의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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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태만한 공무원을 퇴출시키는 것은 저를 고용한 시민에 대한 의무입니다."

'울산발 인사 실험' 53일째인 17일 박맹우 울산시장은 "국민이 이 시대 공직 사회를 어떻게 보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고민한 끝에 철밥통으로 비난 받는 공무원 퇴출을 단행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계기사 33면>

박 시장의 이런 용기 있는 도전은 '1명의 리더십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무능.태만 공무원을 퇴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하지만 실천이 문제다. 이들은 생각만 하고 실천은 못했지만 박 시장은 달랐다. 그는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울산시가 1월 처음 실시한 '시정지원단제'는 실.국장들이 함께 일할 4~6급 공무원을 추천하고 추천받지 못한 무능.부적합 공무원은 현직에서 빼내는 제도다. 이들은 시정지원단에 발령받아 1년간 허드렛일을 한 뒤 실적과 태도를 평가받아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박 시장은 "시정지원단제가 시행되자 느슨하던 공직사회 분위기에 긴장감이 돌고 업무 효율이 놀랄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정지원단으로 발령받은 당사자들도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분발하고 있어 목표했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 시장은 "철밥통 깨기는 '일 안 해도 퇴출시키지 못할 것'이란 잘못된 믿음이 있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뜯어 고치자는 것"이라며 "남는 인원을 감축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울산시가 이 제도를 시행하자 서울.부산 등의 지자체와 서울대.농협.국회사무처.현대중공업 등 130여 개 기관이 울산시의 조언을 받았다. 이 중 서울시 등 전국 30여 곳의 자치단체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등 '철밥통 깨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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