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LETTER

중앙SUNDAY '출산' 보고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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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개인적으로 중앙SUNDAY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꼭 1년 전 이맘때입니다. 영국 특파원 시절 부러운 마음으로 탐독했던 권위지 선데이 타임스(Sunday Times) 같은 신문을 만들어 보라는 특명을 받았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쉽진 않지만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중앙일보사가 일요일 신문 창간을 검토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창간에 선뜻 나서지 못한 가장 큰 현실적 이유는 한국 독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었습니다. 서구 독자들의 경우 아침에 빵을 사러 나와 가게 입구에 놓인 신문을 같이 사 듭니다. 빵은 몸을 위한, 신문은 머리를 위한 양식인 셈이죠. 그러나 한국인들은 아침을 집 안에서 모두 해결합니다. 신문은 현관 앞에 도착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인들을 너무 바빴습니다. 일요일조차 집에 앉아 느긋하게 쉬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읽는 문화가 열악합니다.


현실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하기 위한 조사를 여러 차례, 다양한 기법으로 해봤습니다. 과거의 조사 결과보다 희망적이었습니다.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토요일에 바깥일을 많이 보고 일요일엔 집에서 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인들이 이제 조금씩 삶의 여유를 찾기 시작한 셈입니다. 일상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독서와 명상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읽는 즐거움을 주는 고품격 신문(Quality Paper)이 태어날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전히 남은 문제는 배달의 어려움입니다.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일요일 새벽에 신문을 배달할 인력이 더 부족해졌습니다. 비용을 더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상의 애로가 예상됐습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단 하나, 보다 좋은 신문을 만들어 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길뿐이었습니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실무 준비팀(Task Force)이 지난해 7월 만들어졌습니다. 중앙일보 각 부서의 중견 기자 7명이 모였습니다. 새로운 신문, 차별화된 콘텐트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부와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한편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른 한편으로 시험판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암중모색(暗中摸索)과 시행착오(施行錯誤)에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중앙일보사는 창간을 결심했습니다. 일요일에도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독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신문을 만들어 현실의 어려움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올해 초 정식으로 중앙SUNDAY 편집국 구성이 발표됐습니다. 사내외의 우수 인력을 모으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다시 두 달여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 약 50명에 이르는 인력이 모여 중앙SUNDAY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오병상 Chief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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