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의원 내달 평양行 한나라식 '포용정책' 전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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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형근(62ㆍ부산 북-강서갑) 의원이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북한에 대한 화해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햇볕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북한 당국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 4월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이다. 정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이 대북·통일 정책을 재정비하기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팀 책임자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5일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며, 김형오 원내대표는 14일 “북한이 한나라당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기부(국정원 전신)1차장 출신인 정 의원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1992년 최고위급 간첩사건인 ‘이선실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다. 정치 입문 후에는 햇볕정책을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소위 ‘저격수’ 활동으로 당내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다음은 14일 정 의원과의 문답이다.

-북한에 왜 가려 하는가.

“북한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자기들이 모두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인도주의적 지원도 끊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대북 정책이 별로 바뀔 게 없다는 얘기를 해주려 한다.”

-북한이 정 의원의 방문을 허락할까.

“원래 2월 12일부터 5박6일간 방북 일정이 확정됐었다. 함세웅 신부와 함께 가기로 했었다. 북측은 그때 주민들의 삶이 비참해 남측 인사에게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묘향산 북쪽 지역까지 보여주겠다며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왜 못 갔나.

“방북이 임박한 시점에서 북측에서 ‘6자회담으로 예민한 시기인 만큼 좀 미루자’고 보류 입장을 통보해 왔다. 현재 방북 2차 시도를 하고 있다.”

6자회담은 베이징에서 2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정 의원의 방북 추진에 대해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엔 한나라당 지도부의 방북이 나쁘지 않고, 남한의 정치권에 여러 채널을 갖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 당국이 정 최고위원의 방북을 허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방북 방침이 ‘한나라당식 신포용정책’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들은 정 의원의 방북 준비는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이 유화적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 동시에 대선을 앞두고 ‘신북풍(新北風)’이 불 여지를 아예 없애려는 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념논쟁의 덫’에 걸리면 헤어나기 어렵다”며 “방북의 목표는 대선에서 북한·이념 이슈를 잠재우는 데 있다”고 했다.

◇함세웅 신부와 동반 방북= 정 의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1974년 정의구현사제단 결성을 주도했던 함세웅 신부와 함께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다. 함 신부는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 사업회 측은 “함 신부가 4월 초·중순께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 사업을 남북이 공동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함 신부와의 동행에 대해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지 않느냐. 지난해부터 몇 차례 만나 진지하게 내 입장을 설명하니 내 진심을 알아주더라”고 말했다.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당시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 때 정 의원은 이 의원을 강하게 비난했고, 함 신부는 정 의원과 한나라당을 향해 “쓰레기는 청산해야 한다. 제거 대상이지 화해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난했었다.

함 신부는 2주일 전부터 피정(避靜·가톨릭 신부들이 외부와 연락을 끊고 묵상이나 기도에 잠기는 것) 중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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