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미묘한 줄다리기/워싱턴 중동평화회의 전망(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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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질 석방위해 미­아랍 막후접촉/미의 실리추구에 이스라엘만 초조
중동평화회의 소집일자를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아랍측을 다독거려 인질문제해결이라는 실리를 조기에 챙겨야 한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입지와 미국의 아랍측에 기우는 듯한 기색을 우려한 이스라엘의 이해상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유대인들의 미국내 영향력으로 보나,최대 외국현안인 중동평화회의의 관건인 점령지 문제해결의 협상당사자라는 점으로 보나 이스라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지원없이는 몰려드는 소련계 유대인을 부양할 길이 막연하다는 점에서나,이제까지 중동문제 해결방식으로 중동국들과의 개별 쌍무회담 형식을 주장해온 점으로 보나 워싱턴 쌍무협상 초청장을 내팽개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상호간에 필요한 존재인 양측이 「미국의 일방적인 초청장 발송→이스라엘의 협상일자 변경요청→미국의 거부」로 대립하게 된 이면에는 아랍계 게릴라단체가 억류중인 3명의 미국인 인질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걸프전 이후 절정에 달했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국내 인기가 국내 경제불황 때문에 최근 급격히 냉각되어 『세계평화의 맏형역할도 좋지만 미국인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있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 부시의 대통령 재선 향방의 선행지표가 되는 금년의 주요 지방선거에서 부시진영이 잇따라 패배하고 도전을 기피하던 공화·민주 양당의 미 대통령후보들이 자신있게 도전장을 들고 나오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표된 지난 88년의 미 팬암기 공중폭파사건의 혐의자에서 당초 혐의선상에 올랐던 이란과 시리아의 관련설이 씻겨지고 하수인으로 알려졌던 리비아인 2명만 지목된 예를 들며 부시가 인질문제 해결을 미국내 인기만회의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아랍측과 막후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팬암기 범인발표이후 나흘만인 지난 17일 서방인질 2명이 석방되고 이어 인질단체들이 『아무런 조건없이 연말까지 나머지 미국인 3명을 모두 석방하겠다』는 놀라운 발표를 했다.
미국은 인질사건과의 관련설을 극구 부인하면서도 24일 이란에 대해 『79년이래 인도하지 못한 군장비에 대한 보상으로 2억7천5백만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발표하고 시리아에 대해서는 「중동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반환 고려」라는 내용을 워싱턴 쌍무협상초청장에 담아 보냈다.
이스라엘은 정보소식통을 통해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해방대중전선총본부(PFLP­GC)가 이란의 지시로 팬암기폭파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미국이 확인하고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미국의 회의소집 결정을 일방적 명령으로 느끼고 있어 앞으로 논의될때 유사한 상황의 재연을 막기위해 이번 절차적 문제에서부터 대미 이의를 제기할 작전상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내달 4일의 워싱턴회의 불참결정 하루만인 28일 『미국이 일정을 고수할 경우 참가를 고려하고 있다』고 태도를 누그러뜨린 사실 등으로 미뤄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의한 중동평화회의는 삐걱거리면서도 진척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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