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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왜 분노했나(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26일 오후 6시4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매표소앞.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하던 시민 1백50여명이 걸음을 멈춘채 어처구니 없는 경찰의 횡포에 분노하고 있었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집시법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수배를 받아오던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최동민군(23·법학 4)이 5명의 사복경찰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
경찰이 최군을 발로 걷어차며 이대부속병원쪽 출구까지 약 30m이상 끌고 가자 이를 보다못한 시민들의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이 학생은 강도용의자이니 간섭하지 말고 길을 비켜요.』
경찰의 위압적이고 신경질적인 대꾸에 시민들은 오히려 이들을 에워쌌고 숫자도 삽시간에 5백여명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의 항의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듯 경찰은 최군을 바로 옆에 있던 동대문경찰서 동대문역 출장소로 끌고 들어갔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최군은 거의 기진맥진해 있었다.
『경찰이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무슨 짓입니까. 바깥에서 한짓이 모자라 안으로 끌고가 문을 걸어 잠그고 주먹·발길질을 하는 겁니까.』
투명유리로 된 출장소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이때 지원요청을 받은 전경 1백여명이 종로6가와 동대문시장쪽 출입구 양쪽에서 급하게 들이닥쳤다.
전경들과 일부 시민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전경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복경찰들은 최군을 끌고 1시간30여분만에 빠져나갔다.
『시민들앞에서 이러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충돌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주먹에 윗니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원희씨(30·상업·서울 면목동)는 발을 동동 굴렀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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