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선거 전망/부시 인기하락… 한판승부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방선거 잇단 패배 큰 타격/경제난이 주인… 공화후보들 맹추격
미국의 92년 대통령선거가 한판의 볼만한 싸움이 될 것 같다.
걸프전을 승리로 끝냈던 지난 3월만 해도 내년도 대통령선거는 공화당 출신인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 때문에 민주당 쪽에서는 유력자들이 출마를 포기하여 한때 인물난을 겪었다.
그러나 8개월동안에 인심이 바뀌었다.
당시 68%에 달했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7%로 떨어졌다. 누구도 상상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론 조사를 뒷받침하듯 내년 대통령 선거의 선행지표가 되는 금년도의 주요지방선거에서 부시진영이 타격을 입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부시의 경제실정을 비판하고 나선 민주당의 해리스 워포드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측근 참모였던 손버그 전법무장관을 압도적으로 이겼다.
루이지애나 주지사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전KKK두목 듀크후보의 등장도 부시에게는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그를 공화당후보로 인정치 않은데다 낙선은 했으나 그가 일으킨 정치적 파문은 부시의 재선에 부담이 될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6명의 후보가 도전을 선언했고 뉴욕의 쿠오모주지사도 출마를 미루며 인기를 높이고 있어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몇달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의 우파이자 칼럼리스트인 패트릭 부캐넌이 내년 2월 뉴햄프셔 예비선거에 부시와 맞서 공화당 후보로 나설 뜻을 피력하고 있고 주지사선거에서 떨어진 듀크도 공화당후보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안팎의 도전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부시가 이렇게 어려운 지경으로 빠지게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미국의 악화되고 있는 경제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과는 상반되게 지난 15일 뉴욕주식시장은 하루 사이에 주가가 1백20이나 빠졌다.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실업은 늘어나고 있는데도 부시 행정부는 이렇다할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만이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로 나타나자 다급해진 부시는 아시아 순방계획을 연기하기까지 했다.
결국 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과 경기회복책·실업문제를 타협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니 공화당내 우파의 반발을 받게 된 것이다.
부캐넌같은 인물은 부시의 정책이 보수주의 노선을 걷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즉 레이건 전대통령의 경우 세금반대·정부지출 확대반대·공산주의반대 등 확실한 보수주의 원칙하에 정부를 이끌었는데 부시정책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얼치기라는 것이다.
또 국민들이 정치 전반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도 현직대통령인 부시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의료보험문제 등 미국의 중산층들이갖고 있는 불만을 수렴하지 못하고 의회·대통령 등 정치권은 기득권만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정치인과 정치제도의 불감증이 듀크와 같은 국외자를 등장시킨 풍토가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다 부시진영의 비효율성이 문제를 더 확대시키고 있다.
자신만만하고 공세적이던 부시의 연설이 이제는 변명에 급급한 수세적인 연설로 변했고 그나마 전달하는 메시지조차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6명의 민주당후보가 일제히 포문을 여는데도 단한번의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백악관 참모들과 부시 측근들을 두고 『철저한 반동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선거참모들은 아직은 느긋하다.
우선 앞으로 남은 1년안에 몇차례 반전의 기회가 올 것으로 믿고 있으며 경제가 호전되면 이같은 걱정은 깨끗이 불식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현직 대통령이라는 유리한 위치를 결코 소홀히 봐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있다.
지난 8개월 사이에 이같은 변화가 있었듯이 남은 1년기간중 인식이 어떻게 돌아갈지 아직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