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모비치, 두번째 부인 이혼 위자료로 9조5000억원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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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로축구 첼시 구단주로 유명한 러시아 최대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41)가 15년간 살아 온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하며 기록적인 위자료를 지급해 화제다. 그는 자신의 외도로 합의 이혼하는 전 부인 이리나(40)에게 역사상 최고 액수인 100억 달러(약 9조500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14일 "아브라모비치의 대변인 존 만이 이날 런던에서 그의 이혼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주의 주지사를 맡고 있는 아브라모비치는 주로 영국에 거주하며 일이 있을 때만 전용기(보잉-767)로 러시아에 온다. 만은 "아브라모비치와 이리나가 러시아에서 합의 이혼 절차를 마쳤으며 재산 분배와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만은 그러나 "아브라모비치의 이혼이 그의 사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소유한 첼시 구단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리나와의 사이에서 난 5명의 자녀를 직접 키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혼으로 이리나는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재산의 상당부분을 위자료로 받게 될 예정이다. 러시아 인터넷 통신 뉴스루는 "이리나가 남편이 모은 재산의 절반 수준인 100억 달러(약 9조5000억원)를 위자료로 청구했다"며 "이는 지금까지 공개된 위자료 액수론 세계 최고"라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미디어 재벌 섬너 레드스톤이 2002년 이혼하며 지급한 18억 달러가 최고로 알려졌었다.

소련 붕괴 후 사유화 과정에서 발빠르게 재산을 축적한 '올리가르히(러시아판 재벌)'의 대표 주자인 아브라모비치는 개인재산 187억 달러로 최근 미국 경제잡지 포버스가 선정한 세계 갑부 16위에 올랐다.

아브라모비치는 첫 번째 부인인 올가와 헤어진 뒤 1991년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여승무원이었던 이라나와 결혼했다. 10년 넘게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이들의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아브라모비치가 모델로 활동하는 다리야 주코바(23)에 빠지면서부터. 그는 다리야와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심지어 첼시 구단의 축구 경기에 데려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리나가 이혼을 결심한 것도 아브라모비치가 다리야와 파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아브라모비치 부부의 불화설은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10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세계의 뉴스'가 처음 "이리나가 영국 최고의 법률회사에 이혼 소송을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는 이같은 보도를 즉각 부인하며 "가족 중 어느 누구도 가정 불화로 법원을 찾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석유기업 '시브네프티' 등을 경영하며 번 돈으로 2003년 첼시를 인수했다. 2000년부터 추코트가주의 주지사를 맡아 2기째 연임하고 있다.

2005년 시브네프티를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에 매각하면서 한때 영국 망명설이 돌아았으나 아직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는 싯가 1억달러의 보잉 767기와 두 대의 헬기(한 대에 6500만 달러), 수영장이 딸린 호화 요트(1억 3000만 달러) 외에 영국과 프랑스에 2000만 ̄5000만 달러 상당의 고급 저택과 성(城)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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