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증여 감시 더욱 죈다/진정국면 현대사태의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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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권주·합병등 속임수 차단/국세청 “타기업과의 형평에 하자 없다”
현대그룹이 세금을 완납키로 하고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함으로써 현대파문은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든 듯 하다.
그러나 현대측은 아직도 국세청의 세금추징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낸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50일 가까이 끌어온 국세청과 현대간의 과세공방에서 정치적 의미도 적잖게 부여돼 「타기업과의 형평」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적잖다.
현대파문과 관련한 여운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올해부터 기업을 여럿 거느린 계열기업군에 대해 그룹별로 묶어 주식이동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이 첫번째 대상으로 현대와 한진을 택한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는 가지급금(일시 빌려주는 돈)의 규모가 무려 2천억원이나 된다는 사실이 주목을 끌었다.
국세청이 지난 7월부터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인세 조사를 하기 위해 올 3월 현대계열사들이 낸 법인세 신고서에는 현대계열사나 특수관계인간의 가지급금 규모가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주영 명예회장 및 그 일가의 소유지분에 대한 주식거래가 빈번했던 것도 우선 조사대상에 오르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세청은 『현대처럼 가지급금 규모가 크고 짧은 시간에 주식이 특수관계인간에 1백만주 이상 대량으로 거래되는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주목대상이 됐다.
정석기업에 대한 정기법인세 조사를 해보니 이 회사가 재테크와 2세들에 대한 재산분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는 것.
국세청은 한진그룹의 경우,정석기업만 파고 들면 그룹전체에 대해 주식이동조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밀조사를 벌였다는 것.
○…국세청은 특히 정회장이 『과거 2년간 법인세·상속세 등의 집중세무조사를 당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세청은 『외형이 1백억원 넘는 대기업의 경우 연간 전체의 10% 가량이 정기 법인세 조사를 받는다』며 『현대그룹의 경우 전체 계열사 41개 가운데 과거 2년동안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3∼4개만 조사를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
국세청은 『이 기간중 다른 주요 그룹들도 5∼6개씩 정기법인세조사를 받았는데 마치 현대그룹 계열사만 집중적인 조사대상이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슨 심사냐』며 어불성설이라고 강조.
국세청은 주식이동조사만 놓고 볼때 현재도 15개 정도의 주요 기업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앞으로 변칙적인 자본거래가 나타나면 예외없이 철저히 조사,세금을 추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 이뤄진 변칙자본거래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국세청은 주식을 이용한 자본거래는 ▲오너의 성격 ▲사내의 역학관계 ▲회사 주식의 분포상황 등에 따라,또 그룹마다 특이한 유형이 있다고 설명한다.
공개전 저가양도(현대) 실권주 인수(한국화약) 감자(한진) 합병(현대·한진) 등이 대표적 유형들이다.
사실 주식이라는게 85년 이전에는 자본거래에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후 증시활황으로 특수관계인들간에 주식을 이용한 변칙양도·증여 등이 많이 벌어져 앞으로 차근차근 조사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국세청은 『기업공개때 물타기를 안한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법인이 갖고 있는 주식도 공개전에 특수관계인에게 주고 이 주식을 부풀려 공개즉시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남기니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어찌보면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야할 이익을 특수관계인이 차지하는 행위라는 설명.
○…국세청은 현대에 대한 주식이동 조사결과 발표시 공개는 않했지만 현대 특수관계자들이 회사돈을 빼돌려 주식을 사들인 방법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들이 종업원 이름으로 회사돈을 빼내 주식을 사들이거나 회사돈으로 주식을 사놓고도 장부에는 종업원들의 선물을 사준 것처럼 기록하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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