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실낱같은 1위 꿈 '대한항공, 제발 이겨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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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가 1위를 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혹시…."

프로배구 V-리그 2006~2007 정규시즌 최종일 경기를 하루 앞둔 13일.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잡아 주겠느냐"는 질문에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전혀'라면서도 '혹시'를 잊지 않았다.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그리고 전력이 급상승한 대한항공이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치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정규시즌을 보냈다. 10일 현대캐피탈이 약체 한전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정규시즌 1위는 그대로 삼성화재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맞대결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잡아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14일 최종전에서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잡아 주면 동률이 돼 점수 득실률을 따져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말 그대로 '실낱'같다.

대한항공의 시선이 17일 시작하는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이긴다 해도 실속이 없다. 순위는 3위에서 변함이 없고, 2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벅찬 상대인 삼성화재를 맞아 힘을 뺄 이유가 없다. 실제로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신영수.강동진.보비 등 몸이 좋지 않은 주전들을 삼성화재전에는 쉬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이 시즌 도중 1주일을 쉬면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플레이오프 상대가 될지 모르는 대한항공을 '염려'해 줬다. 이에 대해 문 감독은 "우리는 연습을 실전처럼 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의 태도로 볼 때 현대캐피탈의 정규시즌 1위는 '오르지 못할 산'같다. 그래도 김 감독은 "우리도 한전에 잡혔는데 대한항공이 혹시 알아"라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규시즌 1위에게 상금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챔피언결정전 직행이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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