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EALESTATE]경매상가, 싼 맛과 쓴맛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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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에 따라 발 빠른 투자자는 시세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상가 경매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하지만 상가는 경기 상황과 입지 여건 등에 민감한 상품인 만큼 감정가보다 주변 상권 형성 여부와 업종 분석, 임대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입찰에 나서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 시세보다 싼 상가 경매시장 기웃=요즘 법원경매정보회사나 경매전문컨설팅업체 등에는 상가 경매 상담 및 컨설팅 의뢰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택과 상가의 경매 상담.컨설팅 의뢰 비율이 8 대 2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6 대 4로 거의 비슷해졌다. 상가경매전문업체인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예전에는 경매 상가 매입의 적정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특정 지역과 업종의 투자 성공 가능성 등 구체적인 질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가 경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가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의 상가 낙찰가율은 78.63%로 전달(66.17%)보다 12.46%포인트 올랐다. 상가 경매 낙찰가는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낙찰가율이 60~70%대까지 높아진 것은 목 좋은 상가에 그만큼 수요가 몰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입찰 경쟁률도 전달 2.31대 1에서 2.41 대 1로 높아졌다.

◆ 수익 많은 만큼 위험도 크다=경매시장에서 상가 몸값이 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상가를 잡을 기회가 여전히 많다. 지난 1년간 서울.수도권 상가 낙찰가율은 평균 50~60% 선에 머물고 있다. 경매를 통할 경우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상가를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경매시장에 나오는 상가의 경우 우량 물건이 적지 않다. 산하 강은현 실장은 "상가가 목 좋은 곳에 있지만 고가로 분양받거나 매입한 경우 적정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주변 시세보다 비싼 월세 때문에 임차인을 못 구해 빈 상가로 방치되다가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상가 경매를 잘 활용하면 적정 수준 이상의 임대 수익과 함께 시세 차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경매 상가는 수익성이 큰 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경매로 나온 상가를 '싼 맛'에 낙찰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영업이 되지 않아 재경매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상가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과 입지 분석이다. 유동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고, 상권 확보가 어느 정도 보장된 상가를 고르는 게 좋다. 배후 주민의 구매력 성향, 인근 상가 영업력 등도 따져봐야 한다.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도 확인해 봐야 한다. 인근 중개업소에 들러 경매 물건과 유사한 일반 매물의 급매물 가격을 확인해 입찰가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가뉴스레이다 정미현 연구원은 "싼 가격에 상가를 얻었다고 좋아하다가 임대인을 구하지 못해 '창고' 신세로 전락하는 상가도 많다"며 "주변 영업자를 탐문해 경매에 부쳐진 상가의 영업 상태를 확인하고 임대료 수준과 함께 재임대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초보 투자자라면 낙찰가가 조금 비싸더라도 1~2층 상가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고층일수록 고객 접근성과 인지도가 떨어져 상가 영업환경이 불리하다. 되도록 수도권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소형 근린상가를 고르면 투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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