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경영권 놓고 세몰이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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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9일 열릴 주총을 앞두고 동아제약 경영권을 지키려는 강신호 회장과 재입성하려는 강 회장의 2남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의 세몰이가 본 궤도에 올랐다. 수석무역 측이 정기 주총에 이사 후보자 8명과 감사 후보자 1명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이사회 멤버로 추천하자 동아제약 측도 맞불을 놓았다. 동아제약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자체적으로 뽑은 9명을 등기이사(4명) 및 사외이사(5명)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젠 부자(父子)간 표 대결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표 대결은 대략 세 진영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오츠카제약(4.72%)의 지분을 합쳐 11.66%를 확보한 강 회장 측과, 공동의결권 행사지분 14.71%를 공시한 강 대표 측, 그리고 한양정밀(4.14%)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약품 등이다.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이 동아제약 강 회장에게 자사주 맞교환을 제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지 3월 12일자 E1면 참조)

주주명부를 살펴보면 유충식(71) 전 동아제약 부회장(현 이사)의 인맥이 단연 돋보인다. 유 전 부회장은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1961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래 부회장까지 지내다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유 전 부회장은 3.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그는 강 회장과는 40여 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동지다.

그는 최근 "동아제약이 강씨 일가의 회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밝혀 강 회장과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섰음을 밝혔다.

한국알콜도 강문석 대표보다는 유 전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지창수(72) 한국알콜 회장과 유 전 부회장은 서울상대 동문으로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 회장은 1970년대 동아제약 용두동 본사가 있는 동대문세무서장으로 근무했다. 증권가에서는 동아제약 소액주주협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임정훈씨도 유 전 부회장과 관계가 깊은 인물로 분류하고 있다. 임씨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출신이고, 유 전 부회장은 70년대 한국광고협의회장으로 일했다는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 전 부회장의 끈끈한 학연은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과 한양정밀 신동국 대표와도 연결된다. 김포 통진종합고 선후배 사이인 임 회장과 신 대표는 2000년 한미약품이 동신제약을 인수합병(M&A)하면서 손을 맞췄다. 한미약품 장안수 사장은 유 전 부회장이 동아제약 사장 시절 영업본부장으로 함께 일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 전 부회장이 어떤 이유로 오랜 동지였던 강 회장에 등을 돌렸는지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면서 "여하튼 유 전 부회장이 주총 전에 화려한 인맥을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우군을 확보하느냐에 동아제약의 경영권 향배가 달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40%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을 아버지와 아들 중 누가 호소력 있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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