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해지는 당정 불협화/왜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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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주개발법·고속도로 통행제한등 마찰/당선 “여론안좋다” 정부선 “득표만 생각”
하반기 경제운용기조·예산편성·추곡수매·노동관련법개정등 주요정책 입안때마다 마찰을 거듭해왔던 정부와 민자당이 제주개발특별법·지방세법개정,경인·경수고속도로 통행제한 등의 민감한 사안에 또다시 엎치락뒤치락,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제주개발 특별법등 이들 사안은 정부부처와 당정책진간에 이미 수차례 당정협의를 거쳐 회기내 처리를 합의한 사항임에도 내년도 총선거만을 의식한 민자당 의원들이 뒤늦게 전면재검토 또는 백지화를 요구해 정부측은 물론 당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측은 『당정협의를 무엇때문에 하느냐』며 「당정협의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말기 권력누수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당정간에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제주개발특별법안의 제정문제.
제주도를 국제적 관광휴양단지로 개발하기위해 그린벨트등 각종 규제조치 완화,개발에따른 금융·세제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고위 당정을 비롯,수차례 협의를 거쳐 이번 회기내 의원입법으로 제정키로 이미 결론이 난 법안.
그러나 11일 나웅배 정책위의장·김용채 건설위원장 및 건설위의원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건설위소속 의원들은 이 법안의 회기내처리 유보를 강력히 제기,정부측의 통과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 의원들은 『법취지와는 달리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들이 개발법자체가 자본을 지닌 외지인에게 혜택을 줄뿐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법제정은 역효과』라고 지적,당지도부가 회기내처리 유보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도록 촉구했다는 후문.
일부 의원들은 『당정이 이법안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총선·대선을 앞두고 재벌들과 유착돼 정치자금을 조성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 제주출신의 강보성의원 등은 김영삼 대표최고위원 자택인 상도동을 방문,처리유보를 위한 김대표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정부측은 『제주개발은 노대통령의 공약사업일뿐 아니라 당정간 협의가 이미 끝난사안인데도 여당의원들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불만.
특히 청와대측에서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때문에 11일 오후 김종호 총무·김용채·서상목·이치호·이강희 의원등의 정책위·건설위 연석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논란만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동차세인상·컨테이너세신설을 골자로한 지방세법개정안과 경인·경수고속도 통행제한 조치도 의원들 반발이 거센 대목.
11일의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박태준 최고위원은 『다른 화물에는 세금을 안물리고 컨테이너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서정화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세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졸속』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해 당정책진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세 인상과 관련해서도 『교통난해소가 목적이라면 자동차보유세를 인상할게 아니라 주행세를 인상해야 할 것』(조부영 의원)이라고 재고를 요구.
수도권의원들은 경인·경수고속도로 제한조치에 대해 『12월2일부터 실시키로한 2인이하 탑승승용차의 통행제한 조치는 수도권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강행할 경우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고 극력반대.
수도권의원들은 11일오후 긴급간담회를 갖고 당정책위에 이같은 뜻을 전달하는 한편 12일의 교통당정에서 그 철회를 정부측에 강하게 요청해 진통.
○…정부측은 여당의원들의 이같은 반발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제스처』라고 비판.
제주개발법의 취지가 지나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개발촉진 ▲자본유치를 위해 각종 지원이나 세제혜택의 부여임을 의원들이 뻔히 알면서 정치자금조성의혹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
특히 경인·경수고속도로 통행제한이나 6대도시 자동차세 인상 등도 날로 악화되고 있는 교통난을 해소해보려는 고육지책임에도 여당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특히 중산층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이라고 비판.
나웅배 정책위의장도 11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앞으로의 당정협의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토록 노력하겠으나 정부시책을 자주 번복케 하는 것도 공신력의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소속의원들의 제동을 비판했다.
특히 당측에서 정부측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치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자치단체장선거 동시실시 등을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등 최근 일련의 사태는 당정의 협조체제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명백한 적신호로 보고 있으며 청와대측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당정간의 파열음이 어느선까지 확대 또는 지속될지가 관심사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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