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조선시대도 담배 '골칫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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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운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합니다. 보건복지부도 담뱃갑에 흡연 욕구가 싹 가실 만한 경고 사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말썽 많은 담배는 조선시대에도 사회적 골칫거리였습니다. 담뱃불로 몇 개의 읍이 한꺼번에 잿더미로 변했는가 하면, 유학자들은 담배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쟁까지 벌였답니다.'서울대병원보'에 연재되고 있는 '근대의 의료풍경'에는 조선시대 담배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임진왜란 무렵 일본에서 건너온 담배는 조선 팔도에 순식간에 퍼졌습니다.'병든 사람에게 좋다''술을 깨게 한다' 등의 소문 덕에 '약초'로 둔갑한 담배는 남녀노소, 양반.천민을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의 기호품이 됐습니다.

흡연자가 늘자 농민들은 벼농사 대신 담배를 키우고 빈민들은 생계를 위한 쌀을 팔아 담배를 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담뱃불이 민가의 세간을 태우고 관청 건물까지 손상시키는 사고도 종종 생기자 숙종은 한때 전국에 '금연령'을 내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약'인 줄 알았던 담배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지식인들 사이에도 '흡연이 몸에 좋은 것이냐, 해로운 것이냐'는 것이 논쟁거리로 떠올랐습니다.'우리나라 최초의 골초'로 불리는 문장가 장유는 저서 '계곡만필'에서 "담배를 피우면 취한 사람은 술이 깨고, 배고픈 사람은 배가 부르게 된다"며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반면 실학자 이익은 저서 '성호사설'에서 담배의 이점 5개와 해로운 점 10가지를 들어 당대의 흡연 논쟁을 정리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담배를 피우면 냄새가 나빠져 신과 사귈 수 없고, 재물을 소모하게 되고, 할 일이 많은데도 담배를 구하고 피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으로 흡연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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