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자동차 이견 팽팽 섬유 분야도 논란 거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본협상 나흘째인 11일 양국은 상품.농업 등 8개 분야의 협상을 계속 벌였지만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김종훈 FTA수석대표는 "8차 협상 이후에도 고위급 협상이 두 차례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결렬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한.미 FTA 협상이 결코 낮지 않은 수준에서 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임박한 협상 마감 시한(4월 2일)을 앞두고 두 차례의 수석대표급 협상을 별도로 열기로 했다. 이어 통상장관 회담-최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협상을 통해 빅딜 방식으로 협상 타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양국 협상단은 그동안 실무 협상에서 '가지치기'를 통해 소규모 쟁점을 많이 정리했다. 그러나 협상 성패를 가름할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아직 상당 부분 남아 있다. 양측은 이날 최대 쟁점 분야인 농업.자동차의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지만 미국 측이 강경 입장을 고수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쌀.쇠고기 등 민감 농산물의 시장개방 문제가 핵심이다. 우리 측은 "미국이 쌀을 거론할 경우 협상이 깨질 것"이라고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미국은 "쇠고기 없이는 FTA가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상품 분야에서는 자동차 시장 개방 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제 개편과 미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 요구를 서로 주고받는'빅딜'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섬유 분야도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완전 개방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섬유 세이프가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산 섬유제품으로 인해 자국 섬유산업에 피해가 생기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입장 차이로 11일 섬유 협상은 결렬됐다.

미국의 반덤핑조치 남발을 막기 위한 무역구제 분야 협상과 서비스 분야의 방송.통신 시장 개방도 걸림돌로 꼽힌다.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 한국이 난감한 상황이다.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은 "쌀.쇠고기.자동차.섬유.무역구제.방송.통신.개성공단 등 8개 쟁점은 실무급 협상에서 해결되기 어려워 협상 막판까지 남을 것"이라며 "고위급 협상 등을 통한 정치적 절충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약점이 없는 게 아니다. 섬유 분야에서 소극적인 데다 서비스 시장 개방에서 제외해 달라는 분야도 19개나 된다. '존스액트(미 연안의 승객.화물 수송을 미국적 선박에만 허용하는 제도)'에 대한 개정 요구도 미국에는 아킬레스건이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