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쓰는 탈모 치료제…10대 쓰는 여드름 약…30대가 더 많이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회사원 유동완(33)씨는 최근 약국에서 300㎖에 3만원이나 하는 탈모 예방 샴푸를 샀다. 요 몇 달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싶더니 정수리 부분 숱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탈모는 50대나 돼야 걱정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친구들 셋 중 하나는 탈모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대학강사인 황모(33.여)씨는 4년째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를 받느라 매달 20만원 정도를 쓰고 있다. 유학 생활을 하던 20대 후반부터 여드름이 심하게 돋아나더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좀 받으면 이마부터 여드름이 올라온다"며 "나이가 들어서인지 한번 짜면 흉터도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30대 탈모.여드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보통 장년기(탈모).청소년기(여드름) 질환으로 알려진 것이지만 이젠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다. CNP차앤박피부과 수원점의 이민숙 원장은 "30대 탈모.여드름 환자들이 최근 3년 사이 두 배 정도 늘어났다"며 "스트레스와 과로, 수면 부족, 음주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대 탈모.여드름 치료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www.auction.co.kr) 측은 "올 1~2월 탈모용품 구매자 중 39세 이하가 68%"라고 밝혔다. 2년 전 같은 기간 비중(42%)보다 26%포인트가 높아졌다. 맞춤가발 제조회사 하이모의 지난해 20~30대 고객의 비중이 41%로 50대(19%)의 두 배를 넘었다. 여드름 등의 치료용 화장품인 트러블 케어 화장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CNP차앤박 피부과도 지난달 전국 17곳 지점을 찾은 여드름 환자를 분석한 결과 30대 이상이 전체의 70%를 넘었다. 화장품 업계는 트러블케어 화장품 시장은 올해 450억원에서 2008년엔 6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탈모용품사이트 '대머리 없는 세상'의 박윤숙 사장은 "30대들은 탈모에 더 당황하고, 충격을 받아서인지 10만원대 두피관리기 등 고가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직장인"이라며 "30대 탈모가 늘면서 탈모시장이 쑥쑥 커진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도 30대를 겨냥한 판촉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이모는 지난 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춘계 한국결혼상품전'에 참가해 예비 신랑들을 상대로 할인 행사를 했고, 이달 말엔 면접을 보러 가는 구직자에게 무료로 가발을 대여하는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 이지함 피부과는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여드름 피부교실'을 10차례 열었다. 피부과 홍보팀 김효원 대리는 "30대 직장 여성들이 수강생의 80% 정도"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