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서울말로 중계할 순 없잖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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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대로 살아야지~."(김성한) "안되는 서울말 억지로 할 순 없잖어~."(이순철)

김성한(49.(右))씨와 이순철(46.(左))씨. 1980~90년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스(현 기아 타이거스)의 전성기를 이끌던 이들이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다. 케이블 TV인 MBC-ESPN의 올 시즌 해설을 맡게 된 이들은 억지로 서울말을 사용하지 않고 고향인 전라도 억양을 섞어가며 현장 경험이 담긴 해설을 한다. 김씨는 전북 군산, 이씨는 광주가 고향이다.

프로야구 원년(82년) 멤버인 김씨는 14년 프로 생활 동안 두 차례 시즌 MVP와 3번의 홈런왕, 2번의 타점왕을 거머쥐었다. 이씨는 85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14년 선수생활 동안 세 차례 도루왕을 차지한 초창기 호타 준족의 대명사였다. 이들이 선수로 함께 한 11년 동안 해태는 6차례나 우승했다.

-한동안 프로야구계를 떠나 있었는데.

(김)"기아 감독을 그만두고 군산상고를 지도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위원으로 있었어요. 올해 조선대에서 야구 강의를 시작했는데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작년에 LG 트윈스 감독을 그만두고 미국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엘리트였던 현역 시절 경험이 해설에 도움이 될까요.

(이)"뛰어난 선수가 곧 훌륭한 해설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죠. 현장 경험을 접목해 시청자와 편하게 마주보고 얘기하듯 해설할 생각입니다. 사투리가 고쳐지지 않아 걱정입니다."

(김)"현역 시절 제가 들어보면, 하일성(현 KBO 사무총장) 선배의 해설은 다 거짓말 같았어요(웃음). 선수 입장에서 보면 엉뚱한 얘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통하더라구요."

-기아와의 인연이 각별한데 편파 해설이 되지 않을까요.

(이)"그럴리가 있나요. 선수들을 잘 아니까 뒷 이야기를 소개하면 흥미를 끌 수 있을 겁니다."

-프로야구 인기가 선수 시절 때만 못한데.

(김)"감독들이 너무 얌전해요. 팬들은 이슈를 찾고 경쟁구도를 만들고 싶어하는데 감독들이 말을 아끼면 흥미를 끌지 못하지 않을까요."

(이)"이승엽 등을 대체할 스타가 없는 것이 이유 가운데 하나죠. 선수들이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글=이충형 기자<adch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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