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계/베트남 진출 서둔다/값싼노임·자원풍부해 앞다퉈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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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개사 지사… 신발·통신등 유망/섬유·봉제는 이미 위탁가공무역
지난달 23일 캄보디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아시아 최후의 시장으로 남은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등 인도차이나 3국의 경제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섬유·삼림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임으로 각국이 유망투자 지역으로 꼽아왔으나 75년 베트남전쟁이후 미국이 금수조치를 내리면서 사실상 금단의 구역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86년이후 이 지역의 맹주 베트남이 「도이모이(쇄신)」정책을 펴고 대서방 유화정책을 취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5년동안 홍콩·대만·프랑스등 비교적 미국의 눈치를 덜 보고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는 국가들이 앞다투어 진출,9월말 현재 베트남에 투자된 외국자본은 모두 24억4천만달러에 이른다.
국내기업들도 미국의 무역규제조치로 아직 직접투자는 하지 못하고 있으나 8개 업체가 현지에 지사를 설치,비공식적으로 섬유·봉제부문의 위탁가공무역을 하고있다.
그러나 교역은 갈수록 늘어나 지난해의 경우 베트남에 비료·섬유·컬러TV등 1억1천6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수입은 석탄·원목·면사등 3천3백만달러에 이르렀다.
또 지난달말 대성전선이 베트남 호치민시에 5백만달러 규모의 통신케이블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허가를 한국은행에 요청하는등 전기전자와 섬유·신발을 중심으로 미국의 대베트남 봉쇄가 조만간 풀릴 것에 대비,베트남 진출을 서두르는 업체가 갈수록 늘고있다.
이에 따라 상공부와 무역진흥공사도 최근 인도차이나반도의 정세와 투자환경분석에 들어갔으며 무역협회를 비롯한 각종 협회들은 이미 지난 봄부터 현지에 투자조사단을 파견,지역별·업종별 경제환경조사를 벌여오고 있다.
베트남측도 지난 7월 해외투자청의 직원을 한국에 보내 한달동안 머무르며 희망기업에 대베트남 투자상담을 해주었다.
이 지역의 최대강점은 낮은 임금. 인구는 베트남이 6천4백만명등 모두 7천5백만명에 이르나 1인당 GNP는 베트남이 2백달러,캄보디아가 70달러에 불과해 현지조사결과 섬유나 봉제의 경우 월70∼1백달러로 숙련공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아세안지역과 인접해 가공수출기지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고 매장량 30억배럴로 추정되는 석유를 비롯,자원이 풍부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면 외화지불 능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이 지역과의 교류에 최대의 걸림돌은 미국의 경제봉쇄.
미국은 올해초 베트남과의 교류를 늘리려는 한국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해달라」는 협조요청을 해왔고 한국도 「캄보디아 사태의 해결없이 한­베트남 관계정상화는 이르지 않느냐」는 아세안의 입장을 받아들여 교류의 템포를 늦춰왔다.
그러나 베트남이 자국의 경제개발을 위해선 외국자본의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아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미국이 요구하는 베트남전쟁기간중 실종 미군 수색과 포로문제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미­베트남 외교정상화는 시간문제로 남았다.
미국은 관계정상화의 시한을 내년 하반기로 잡고있지만 최근 캄보디아평화협상에서 보인 베트남의 협조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미업계도 타국의 베트남 석유자원 선점을 막기 위해 조속한 관계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해빙무드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관계자는 미국의 대베트남 곤계정상화 4단계중 2단계에 이미 부분적인 무역제재의 완화를 포함하고 있어 빠르면 연내에 직접투자등 대베트남교류의 모든 장벽이 제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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