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복무 6개월 단축 전력 공동화 초래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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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병력 감축과 징병제의 변화가 대북 전쟁억지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7일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20'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벨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증언하며 "한국군은 현역과 예비군을 포함해 370만 명 규모인 현 병력을 2020년까지 200만 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며 "이는 전체 병력의 46%를 감축하는 것이며 육군만 보면 45%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군이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대규모 병력 감축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4면>

한국군이 사병들의 군 복무기간을 현행 24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병력 충원에 부담을 주거나 공동화(hollowness)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군대의 내실을 해치거나 '작은 군대'로 귀결될 수도 있다"며 "복무 단축은 북한의 위협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공적인 '국방개혁 2020'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법률.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동맹 협의 과정을 통한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 계획이 대북 억제력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최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한.미 동맹 역사에서 새롭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공군력과 해군력을 중심으로 한국의 지상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으로 합의한 데 대해선 "나는 2010년까지 3년이면 될 것으로 판단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연장을 요구해 2012년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 대해선 "매년 균등하게 주둔 비용을 분담할 것을 한국 측에 요구했다"며 "올해 한국은 주둔 비용의 41%를 부담키로 했는데 50 대 50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북핵 6자회담 실무회의와 관련,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더라도 고농축우라늄(HEU)으로 무기급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이 없다면 플루토늄 생산 능력과 HEU 프로그램을 고려할 때 북한은 2009년 말까지 핵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영변 원자로의 사용 후 핵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맞다면 북한은 현재 수 개의 핵무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40~50㎏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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