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아끼려 장작때는 미 대부호 「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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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유기업 경영은 외면한채 살충제 개발에만 전념/“일에서 성취감 맛보면 그만”… 아들과 노는게 낙
미국대기업 창업주 자손이며 대주주인 부호가 검소한 생활과 모나지 않은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고 미 AP통신이 5일 보도,과소비가 판치는 한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인물은 28세의 제임스 갬블. 세계적 상표의 「폴저」코피와 「아이보리」비누등 소비재를 생산·판매,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5백대기업중 늘 20위안에 들어가는 「프록터 앤드 갬블」사 창업자의 4대손이자 이 회사 주식 85만주를 갖고 있는 실질적 소유주.
AP통신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갬블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매사추세츠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사과재배에 필요한 첨단살충제를 개발하는데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일과가 끝나면 그가 직접 개·보수한 침실 2개의 허름한 집으로 돌아가 6개월된 아들의 응석을 즐기며 머리를 식히는 것이 그의 거의 유일한 「도락」이다. 또 그는 기름 몇방울을 아끼려고 장작개비를 때는 스토브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갬블은 회사가 너무 돈벌이만을 생각해 정도를 벗어나는 일까지 내버려둘 정도로 회사일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진작부터 엘살바도르로부터의 코피원두수입을 금지해놓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부유한 코피생산자들이 그나라 독재정권에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그가 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재벌가문의 후손임이 이웃과 연구소 동료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도 이 코피사건때였다.
그러나 갬블은 거저 물려받은 돈방석을 마다한 자신의 인생행로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에서 성취감을 맛보면 그만』이라는게 갬블의 철학이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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