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재선 장담만은 못한다/여론조사 결과 53%가 경제 “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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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 “외교만 신경 국민고통 외면”
92년 선거를 1년 앞두고 재선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 집권 3년동안 경제등 국내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걸프전이 승리로 끝났을 때만해도 그의 재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그 때문에 민주당내 유력인사들조차 후보로 나서기를 주저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실업이 계속 늘어나는등 경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권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지가 CBS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총응답자의 45%는 미국경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57%가 부시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 대통령 선거의 이슈가 국제문제가 아닌 국내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 사람도 절대다수인 81%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민주당쪽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년 2월의 예비선거를 앞두고 2일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시에서 진행된 민주당후보 5명의 예비모임에서 민주당후보지망생들은 한결같이 부시의 경제실책을 물고 늘어졌다.
이들이 내세운 선거이슈의 공통분모는 경제문제여서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시는 국내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국제문제에만 매달려 있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미언론과 민주당인사들은 부시의 치우친 통치방식을 실례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
지난 9월 한달동안 부시 대통령은 이름도 모를 섬나라의 국가원수를 포함,외국원수 21명을 초청해 정상회담은 가지면서도 장관들과의 개별면담은 세번밖에 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두번은 여행중 비행기안에서 잠깐 얼굴을 본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경제등 국내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골치아픈 국내문제는 뒤로 제쳐놓고 겉모양새만 번지르르한 외교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과거 리처드 닉슨,지미 카터 대통령 등이 외교에 너무 매달린다는 비판속에서도 재임중 한두가지의 큰 국내정치를 마무리했다면서 부시의 실정을 꼬집고 있다.
민주당후보경선에 나선 톰 하킨 상원의원(아이오와주)은 『부시가 뻔질난 순방외교로 국내문제를 소홀히 함으로써 국민들에겐 고통만 늘려주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빌 클린튼 주지사(아칸소주)는 『부시 대통령이 광을 내는데만 정신이 팔려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중산층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부시 진영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부시 진영에서는 내년에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민주당 진영에서 현재 출마를 미루고 있는 마리오 쿠오모 뉴욕 주지사등 거물들이 부시에게 도전장을 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비판을 의식,최근 인권관련법안에 서명하는 한편,민주당이 내놓은 몇가지 경제회복을 위한 법안에 타협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가 국내정치와 연계된 것이며 국내문제에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상·하원에 다수를 갖고 있는 민주당의 비협조때문이라고 역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쪽도 서서히 떠나고 있는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미흡한 처방이라는 것이 부시 진영의 고민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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