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하는 외국기업 쉽게 돈 벌 생각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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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닝푸쿠이(寧賦魁.사진) 주한 중국대사는 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턱대고 외자를 유치하던 단계는 지났다"며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쉽게 돈을 벌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중국의 새 정책에 외국 기업들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닝 대사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관련 기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브랜드를 잘 관리해 중국 소비자에게 기업 이미지를 호의적으로 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복제품(짝퉁) 산업이 발달해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중국 정부는 엄격하게 외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모조품을 만드는 기업을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강연에는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중국의 소비시장은 2020년이 되면 2000년의 네 배에 이를 전망이다. 휴대전화의 경우 사용자가 매년 5000만 명 정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중국 정부는 매년 성장률 10%씩의 높은 경제성장이 이뤄지길 바라지 않는다. 올해 목표는 8% 성장이다. 중국에 진출할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목하고 이에 적응해야 한다. 일부 지방정부가 투자 유치에 집착해 중앙정부의 정책과 법을 어겨 가면서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바로잡겠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다국적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본토 기업의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 격렬한 가격 경쟁을 벌이던 LG전자는 전자렌지 경쟁에서 하마터면 퇴출당할 뻔했던 적이 있다. 중국 곳곳에 황금이 묻혀 있고 무엇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다. 매년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인력이 800만~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중국의 인력 자본은 풍부하다. 노동 비용이 조금 상승했지만 한국 기업의 현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와 중국의 정서가 같기 때문에 중국 진출 기업들은 관련 기관 인사들과의 친분을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뿌리를 내린 한국 기업들은 투자하기 전에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시장 조사를 했다. 중국에 투자하기 전에 ▶국가 정세▶거시경제 정책▶자본 유치 정책의 특징▶노동원가 등을 조사한 것이다. 특히 기업 특유의 자체 브랜드와 이미지를 심어 폭넓게 소비자 계층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호의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지면 몇 배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SK.LG 등은 이 점을 깊이 이해해 중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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