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사법시험 화제의 합격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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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0일 발표된 제33회 사시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하는가 하면 전례없이 여성합격자가 18명이나 나와 사법시험에서도 우먼파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 5년간 여성합격자수는 87·88년 11명,89년 14명,90년 12명으로 1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 여성합격자의 학교별 분포는 서울대 7명,이대 5명,고려대와 한양대 각 2명,연세대와 건국대가 각 1명씩 이었다.
◎수석영예 안은 김은미씨/여성취업 차별로 법조계 도전/84년에 시작… 대법관까지 희망
『대학을 졸업했으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때문에 마땅한 직장을 찾지못했던 것이 법조계에 발을 딛게된 계기가 됐습니다.』
31일 발표된 제33회 사법시험 수석합격자인 김은미씨(31·여·서울 봉천6동)는 취업난에 밀려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소감을 털어놓았다.
모두 1만5천여명이 응시한 이번 시험에서 평점 64.2점을 얻어 영광을 차지한 김씨는 여성으로서는 71년의 이영애씨(현부장판사)이래 네번째.
83년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여러차례 기업체의 문을 두드렸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자 이듬해인 84년부터 방향을 전환,칠전팔기 끝에 성공한 셈이다.
84,88,90년등 세차례나 1차 관문을 통과했으나 쓴맛을 봤던 김씨는 『고시원에서조차 여자라는 이유로 입실을 거부당했다』며 고충을 말하고 지금까지 수석입학이나 졸업 경험조차 없는 「보통사람」이었음을 강조했다.
일곱번째 낙방한 지난해 김씨는 학문에 뜻을 돌리려 사시를 거의 포기한채 한양대 법대대학원에 입학,재학중이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한 올 시험에 수석까지 겹쳐 말없이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다고 웃었다.
김씨는 특히 『시집도 안간 처녀가 주제넘은 일에 매달린다는 주위의 차가운 눈초리에 스스로 무너질뻔한 적도 많다』며 『이제 법관의 길을 걸어 여성 대법관이 되는것이 꿈』이라고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전남 광주가 고향인 김씨는 또 『여성에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권익을 신장하는 것이 소망』이라며 진정한 남녀평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고아원을 경영하는 김병학씨(60)의 6남2녀중 둘째딸.<고대훈기자>
◎고난극복 일념으로 15년만에 성공/소아마비 이긴 한기준씨
『앞으로 떳떳한 사회인의 한사람으로 설 수 있게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2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양쪽 목발을 사용하는 신체장애인으로 올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기준씨(37·경기도 광명시 광명4동)는 『변호사개업을 한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애인을 돕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태생으로 한성중·고를 거쳐 74년 연세대법대에 진학,77년부터 무려 15차례나 연속 응시한 끝에 합격했다.
지체부자유자인 부인 이회례씨(33·국립중앙도서관근무)와 88년 결혼,6개월된 아들을 두고있는 한씨는 『그동안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준 부모님과 아내에 무엇보다 감사한다』고 했다.<홍병기기자>
◎“가난한 사람 도우는 법관 되겠다”/오른팔 잃은 김선국씨
『이제는 조금이나마 남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선것 같습니다.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법관이 되겠습니다.』
신체장애를 극복,10년간의 각고끝에 올해 제33회 사법고시에 「당당히」최종합격의 영광을 안은 김선국씨(29·서울 신림동 409 우성아트빌라 B동102호)는 『장애인의 고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생후 1개월 간난아기때 뜻하지 않은 화재로 오른쪽 팔꿈치를 절단,의족을 붙여야했던 김씨는 사고이후 남은 손으로 글쓰기·밥먹는 일·탁구 등을 배워 모든일을 왼손으로 능숙히 할 수 있다.
남강고·단국대 행정학과·동대학원을 거친 김씨는 다음달 23일 같은 대학에서 특수교육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신림동에서 자폐증어린이 조기교육실을 운영하는 박미옥씨(26)와 화촉을 밝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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