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23명 뭉치게 한 '서영준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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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암학회가 주는 젊은과학자상을 8년 연속 받은 서울대 약대 ‘발암기전 및 분자암 예방 국가지정 연구실’의 서영준 지도 교수(앞줄)와 연구원들. 뒷줄 왼쪽부터 이미현·이정상·김하나·이정철.나혜경씨. [연합뉴스]

서울대 약대 서영준(50) 교수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그가 운영하는 '발암기전 및 분자 암예방 국가지정연구실'은 미국 암학회가 선정하는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를 매년 3~5명씩 어김없이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8년 연속이다. 올해에는 5년 연속 수상자 1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연구원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서 교수는 6일 "매년 3월 초면 축하 전화 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서로 힘을 합쳐 연구하는 실험실 전통이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100년이 되는 미국 암학회는 해마다 전 세계의 암 관련 우수 논문 작성자 100여 명을 뽑아 '젊은 과학자상'을 주고 있다. 매년 4월 열리는 연례학술 대회 때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들에게 상패와 2000달러의 상금을 전달한다. 올 대회는 다음달 14일부터 닷새 동안 미국 LA에서 열린다.

이번에 서 교수 연구실에서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연구원은 나혜경.이정상 박사와 대학원생인 이미현.김하나.이정철씨 등 5명이다. 나 박사는 5년 연속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마늘에서 특유한 냄새를 내는 유황 성분이 유방암 증식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더니, 올해는 염증과 관련된 체내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이 활성 산소를 만들어내 유방암 세포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낸 점을 평가받았다.

서 교수 연구실의 연구요원은 모두 23명. 이중 박사급 연구원이 5명이고, 나머지는 태국에서 온 방문연구원 2명을 포함해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들이다.

8년째 이들에게 젊은 과학자상이 돌아가게 유도하는 서 교수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그는 "큰 그림을 제시하되 세부적인 내용은 간섭하지 않는 믿음과, 무엇보다 연구자들이 재미를 느끼게 유도하는 지도 방법이 통한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리더십은 제자들을 무섭게 다그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온화한 웃음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앞세우는 자율 방임형이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또는 토요일 오전 회의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는 꼼꼼하게 점검한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나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들은 대부분 자율형이었죠. 제자에 대한 믿음이 두터웠기 때문이란 생각을 학생들 지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최근 이공계 대학생들 사이에 의.치의대 진학 열풍이 불고 있는 현상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그들이 학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서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비전을 변경하는 경우는 대체로 자신이 하는 일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재미를 느낀다면 목표를 바꾸지도 않고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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