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의 고리」 끊자(선거 이대론 안된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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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벌써 돈바람… 내년 파국예고/선거일정 재조정 검토해야
전국에서 일기 시작한 선거바람이 또 혼탁상을 보이고 있다.
현역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량지망생들이 벌써 사실상의 선거 예비전에 들어가 사전선거운동으로 시비를 일으키고 상대방 비방등의 사태를 벌이고 있다.
유권자들도 덩달아 단풍구경이나 운동회 등 각종 모임에 뒷돈이나 물품을 요구하고 선거꾼들의 농간도 노골화되고 있다.
선거바람이 벌써 돈바람에 물드는 기색이다. 이런 풍조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주름을 주고 사회기강마저 해이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선거사상 늘 되풀이돼온 이러한 선거의 폐단,지난 두차례 지방의회선거로 더욱 악화된 돈선거·탈법선거가 계속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악습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된다. 그 1차적이고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여야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러나 정부는 법의 칼날을 세우려는 시늉뿐이고 여야 정치인들은 기득권의 보호에만 급급해 있다.
집권연장을 겨냥한 정부·여당,정권을 쟁취하려는 야당은 각기 눈앞의 이해득실만 따질뿐 국가장래는 안중에 없다는 구태의연한 자세에 사로잡혀 있다.
금년에 이미 두차례의 지방의회선거를 통해 최소한 2조원이상의 낭비성 돈이 풀렸다는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내년에는 네차례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금년의 두 선거가 지방선거임에 비해 내년의 총선과 대통령선거는 정권을 결정하는 선거다. 나머지 두차례의 자치단체장 선거도 지방의회선거보다는 더 뜨거울 것으로 에상된다. 그런 만큼 내년 선거는 이대로 가다간 혼탁과 금권타락의 도가 유례없을 것임은 불보듯 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수십억원 선거자금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네차례의 선거때마다 풀릴 수조원씩의 소모성 자금을 내년의 우리 경제가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모두들 위기의식을 갖고 보고있다.
경제가 날로 곤두박질 치고있는 상황에 네차례 선거가 또 「돈선거」로 치러진다면 그것이 몰고올 국가경제적 낭비와 사회적 혼란은 명약관화하다. 국민적 차원에서 이를 최소화 할 방안을 찾아야할 절대절명의 시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의 지도자들은 국가쇠퇴의 근원이 될 금권선거를 막을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여야의 선거법 협상은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있다. 금권선거를 추상같이 엄벌한다던 지난 선거때의 정부의 공약은 한날 엄포로 끝나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금권·탈법선거를 봉쇄할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금권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특단의 조처」와 개혁의지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점을 감안,여야는 선거법협상에서 돈선거를 한 후보는 당선돼도 즉각 법의 제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모두가 당장 냉철하게 검토할 점은 과연 내년에 네차례의 선거를 따로따로 모두 치러야 하는지의 문제다.
선거망국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도 국정의 최고지도자나 여야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국가경영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 않은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네차례의 선거를 꼭 치러야만 한다면 경제적·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국회의원·기초 및 광역단체장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는 방안을 정부와 여야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마땅하다.
동시선거에 행정적 문제등이 있다면 정부와 여야는 엄정한 검토를 하는 등의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미리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검증과정을 거쳐 동시선거에 문제점이 있다면 여야지도자들은 과단성있게 자치단체장선거를 연기하는 결단을 내리고 국민의 이해를 촉구하는 지도자의 경륜을 보여야 한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민생이 어려운 지경에 빠지는게 뻔히 보이는데도 지도자들이 목전의 선거를 의식해 침묵하거나 인기영합적 태도를 취한다면 후대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못할 것이다.
정치일정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시작해서 어떻게든 돈선거·타락선거를 막아내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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