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업계 사활 걸려|유자망 어업 협정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유자망 오징어잡이」규제를 둘러싼 미국의 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상무부는 8월14일 『한국의 오징어잡이 유자망어선 17척이 7월15일 어업협정을 무시하고 북태평양의 어로지정구역을 이탈해 조업하다 적발됐다』며 부시대통령에게 제재조치를 건의한 것을 시발로 9월에는 92년7월부터 「공해에서의 유자망조업 금지」를 골자로 한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결의안에서 미국 측은 특히 한국을 겨냥, 『유자망이 오징어외에 연어·돌고래·물개까지 마구 잡아 각종 해양동물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대통령은 18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3개국에 대한 보복결정 여부를 90일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통보, 우리업계는 일단 한숨 돌릴만한 유예기간은 확보했으나 당장 내년 7월 실시예정인 「공해에서의 유자망 조업금지」안을 유엔이 수락할 확률이 높아 발등의 불은 꺼지지 않은 상태다.
유자망(유자망) 어업은 수면으로부터 길이10m·폭50m의 평면그물을 2백∼1천개까지 연결, 최장 50km의 대형어망을 물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게 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호주 등 태평양 연안국가에서는 수산자원 보호를 명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자망규제이유로 ▲자국에서 방류한 연어·송어 등 희귀어종 피해 ▲바다새·돌고래 등의 혼획에 의한 생태계파괴를 들고있다.
「고기백화점」으로 불리는 북태평양에서 갈수록 노골화되는 미국의 으름장에 항의, 원양오징어 유자망어업협회회원·전국원양수산 노조원 등 4백여명은 19일 부산에서 「공해유자망어업 존속을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89년10월 워싱턴에서 맺어진 「한미유자망어업 17개 준수사항」인 ▲월별 출어수역 제한 ▲자동 위치발신기 부착 ▲미국인 업저버 승선 등을 철저히 지켜 조업해 왔다』며 『자국여론을 업고 어업을 그만두라는 것은 강대국의 횡포』라고 생존투쟁을 선언했다.
한국은 북대평양에서 오징어만을 어획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1백42척의 유자망어선이 출어, 국내소요량의 3분의1인 9만8천t(1천3백억원어치)을 건져 올렸다(일본 15만t·대만 4만t). 앞으로 유엔에서 유자망조업금지가 결의되면 관련업 종사자·가족 등 5만여명이 생계터전을 잃게 되고, 특히 유자망 역사가 오래된 부산의 오징어 가공업체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실정.
미국은 유엔이 「공해에서의 유자망조업금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언제라도 한국으로부터의 수산물 반입금지는 물론 전자제품·자동차수입까지 규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옥영 수산청장은 미국의 조업규제 움직임에 맞서 우리입장을 설명키 위해 23일 미국방문길에 올라 미국과 유엔관계자들에게 ▲한국 유자망어업 실태 ▲한미 유자망어업협정준수실적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어로지속을 촉구할 방침이다. 또 일본 등 유자망조업국의 유엔대표단과도 공동대처방안을 협의할 계획.
이와는 별도로 「북양유자방 대책위원회」(위원장 하윤호·60)도 곧 독자적인 대표단을 유엔본부에 파견, 로비를 펼치기로 했다.
우리측은 타협안으로 ▲조업구역 제한 ▲어획선 감축 ▲해양동물 보호를 위해 해면2m 이하의 중층유자망사용 등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 경우 30%이상의 오징어어획감소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미국 측은 현재 유엔이 절충안으로 내놓은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부분조업 허용」도 거부하고 「유자망조업의 무조건 금지」만 고집하는 강경자세를 유지, 방문단의 회담성공여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봉화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