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교수서 조각보 예술가로 변신|15년만의 귀국전 이종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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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문학 전공의 이화여대교수직을 그만두고 76년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종숙씨(55)가 15년만에 퀼트아티스트(조각보예술가)가 되어 돌아왔다.
27일∼11월2일 경기도곤지암의 보원도요지 전시관에서 첫 국내 전시회를 여는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15점의 중·대형작품을 선보인다.
퀼트는 조각 조각의 천을 잇거나 또는 덧대고 누벼 표현하는 서양민속예술의 하나로 이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은 『한국적인 혼과 독창성을 가미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뤄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전문학자로 70년대 활발히 했던 내방가사채집과 연구를 중단한 채 「또 다른 삶을 위해」돌연 미국뉴저지주 프린스턴으로 떠났던 그가 퀼트에 눈뜨게 된 것은 바늘, 한 땀 한 땀으로 이뤄지는 퀼트에서 옛 한국여인들의 정서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
퀼트에 조예가 깊은 한 미국여성을 통해 이를 배우고 난 후 한 측근이 작품을 「뉴욕 워위크 퀼트공모전」에 출품, 입상되면서 미국 퀼트계에 선보이게됐다.
그 뒤 「하우스 오브 패브릭공모전」등에서도 당선된 이씨의 작품은 요즘 미국전역을 순회전시중이며 황진이의 한시 「영반월」을 주제로 한 작품 역시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퀼트페스티벌에서 전시중이다.
『미국·유럽·일본에서는 전통적인 또는 현대화된 퀼트아트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소개하는 이씨는 『앞으로 한국적인 소재를 집중적으로 다뤄 미국에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고국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도 「송광사 선방의 격자문과 창」「태극기」등 한국적인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 및 국제퀼트작가협회 등의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전시회와 자료수집을 마친 후 11월5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고혜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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