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에겐 거의 무해|송어·향어 세균 유-무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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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민들이 회로 즐겨먹는 무지개송어와 향어에서 사람에게 별을 일으킬 수 있는 에어로모나스(AEROMONAS)균이 검출됐다는 국립보건원의 조사가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이들 민물고기 양식업자와 횟집들에서는 『균 검출 보도가 있은 뒤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큰 피해를 보고있다』며 보건원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항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보건원을 관할하고 있는 보사부도 23일 오후 안필준 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보건원으로 하여금 해명토록 하는 등 파문진정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최근 발간된 국립보건원보 제27권에 실린 「담수 양식어에서 분리되는 병원성 세균에 관한 조사연구」 논문이다.
보건원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매월 한차례씩 강원·경기·충북지역에 있는 4개 양어장에서 송어와 향어 2kg을 구입, 부위별 일반세균과 대장균수에 대한 시험과 병원성균의 분리조사를 한 결과 송어에서는 26종, 향어에서는 22종의 일반세균이 각각 검출됐으며 이중 32%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사람에게 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에어로모나스균이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논문은 에어로모나스균에 대해 국내외 학술연구 등을 인용, 「사람에게 창상감염·농양을 동반한 봉와직염·위장관염·폐렴·복막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간질환이나 암종 등으로 감염방어기능이 약화된 환자에게는 심한 패혈증까지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에 대한구명은 장내 감염질환의 예방관리 및 식품위생관리면에서 대단히 긴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 된 부분.
에어로모나스균에 감염된 송어나 향어는 과연 날로 먹어서는 안 되느냐 하는 논란이다.
보건원 측은 『에어로모나스균에 감염된 송어와 향어를 날로 먹을 경우 발병빈도가 증례를 보고할 정도로 희소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방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킬 수가 있기 때문에 관리상 또는 먹는데 전혀 주의가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에어로모나스균은 8종으로 담수·하수·토양 등 어디든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이중 하이드로필라·소브리아·케이비에형만 경우에 따라 인체에 병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들도 대충 1백만마리이상일 경우 발병이 가능할 정도로 병원성이 약하다고 주장하고있다.
따라서 보건원의 이번 조사결과 병원성인 하이드로필라·소브리아타입의 에어로모나스균이 각각 46.5% 검출됐으나 신선한 것이라면 건강한 사람은 감염된 회를 그냥 먹어도 별탈이 없다는 주장이다.
병원성 에어로모나스균에 의한 패혈증이나 폐렴의 발병은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기능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서만 생기며 복막염은 심한 간경화증으로 복수가 고인 환자에게, 창상감염·봉와직염 등 피부감염증은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 극히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암연구소장 장우현 교수는 『통상 건강한 사람의 경우도 2백여가지의 각종 세균을 보유하고 있다』며 『설사 병원성 세균이라 할지라도 감염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장교수는 『송어와 향어의 경우도 저장과정에서 얼마나 상했느냐하는 부패의 정도가 문제이지 이질·클레라·장티푸스균같이 소량으로도 병을 일으키는 강력한 세균외에 에어로모나스균 등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별 문제없다』고 말했다.
연세대의대 정윤섭 교수(세균학)는 『그러나 아무리 약한 병원성균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우려가 있으므로 사전에 깨끗한 물로 잘 씻은 다음 아가미 등 주요감염부위와 회용 살코기 부분이 접촉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살코기 이외에는 가급적 끓여먹을 것』을 당부했다.

<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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