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CF로 되살아난 제임스 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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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젊음과 반항의 상징, 제임스 딘. 1955년 24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요절해 '영원한 청춘스타'로 기억된다. 출연작은 다해야 3편. '이유 없는 반항'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를 보고 또 보는 팬이라면 최근 TV 자동차 광고에 나온 그를 무척 반겼을 것 같다.

제임스 딘은 광고에서 조인성과 카리스마 대결을 벌인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조인성의 뒷모습이 보이고, 반대편에서는 막 자동차에서 내린 제임스 딘이 걸어온다. 제임스 딘은 조인성과 스쳐 지나가면서 자동차 열쇠를 건네주고, 자동차의 새 주인은 조인성이 된다는 내용이다. 제임스 딘이 걷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론 영화 장면은 아니다. 저작권 때문에 제임스 딘의 연기 장면을 무단으로 따올 수 없다. 따왔다고 해도 조인성과의 만나는 장면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제임스 딘은 어떻게 광고에 '출연'했을까.

해답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 있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제임스 딘의 초상권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의 기획사에 10만 달러(약 9500만원)를 주고 제임스 딘을 '캐스팅'했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제공한 스틸 사진으로는 조인성과 마주치는 장면을 만들 수 없었다. 대행사는 대역 모델을 썼다. 그리고 대역이 걷는 모습에 제임스 딘의 얼굴을 붙였다. 대역은 미국에서 열린 '제임스 딘 닮은 사람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다.

광고는 1월 말 체코 프라하에서 촬영했고, CG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제임스 딘이 '디지털 모델'로 환생한 것이다. 전에도 오드리 헵번 등 세상을 떠난 스타들의 스틸컷이나 생전의 동영상으로 광고를 만들긴 있지만, 대역모델과 CG로 스타를 부활시킨 건 처음이다. 게다가 '개런티'도 국내 스타보다 훨씬 저렴하다.

스타도 캐스팅하고, 돈도 절약하고, 1석2조인 셈이다. 놀랍게 발전한 디지털 기술이 과거의 톱스타들을 광고 속으로 얼마나 끌어들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할리우드의 흥행사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몇 년 안에 실제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디지털 배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혹시 아는가. 왕년의 '주먹스타' 박노식과 불세출의 액션스타 이소룡이 맞붙는 영화나 광고가 나올지….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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