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굽은'망치발'은 앞코 들린 신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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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원인이 되면서 발은 상대적으로 손에 비해 '천대'받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발은 여전히 제2의 심장이며, '건강의 거울'로 불린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의 '수작'. 하지만 오히려 발을 괴롭히고, 변형시키는 흉물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기능보다 모양을 중시하다보니 발에 족쇄가 된 것이다.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가 성인 2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걷거나 서 있을 때 발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27.5%나 됐다. 발 모양이 변형됐거나, 이상이 생긴 경우도 20.1%에 이른다. 망치발.무지 외반증.족저근막염 등이 대표적인 질환들.

발 건강을 해치는 신발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본다.

◆작은 신발이 원인인 망치발=젊은 여성에게 흔하다. 폭은 좁고 길이는 딱 맞는 신발을 신다 보니 발가락 관절이 'ㄱ'자로 구부러지면서 안쪽(엄지발가락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 특히 엄지발가락보다 둘째발가락이 긴 사람에게 흔하다.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신발을 고를 때 폭이 자기 발보다 좁지 않아야 하며, 길이는 뒤축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가 좋다"고 조언한다.

망치발은 발견 즉시 편한 구두를 신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만일 방치하면 더 많이 구부러지면서 굳은살.통증이 심해진다. 가죽과 살이 맞닿은 부분에 염증도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망치발 변형이 왔다면 신발은 넉넉한 크기와 더불어 앞코가 들린 것을 선택할 것. 또 실리콘.밴드 등 보조기를 사용하는 것도 발 변형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으로 교정이 안 되면 관절을 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뾰족구두가 초래한 무지 외반증=앞 코가 뾰족한(삼각형) 신발은 발가락을 가운데로 모아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무지 외반증이 된다. 이 상태에선 발가락 사이에 분포된 지간신경도 두꺼워져 통증이 유발된다. 만일 굽까지 높다면 증상은 악화하기 마련.

이 병은 여성의 10~20%가 앓을 정도로 흔한데 통상 뾰족구두를 신은 지 20년 이상 지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환자 대부분이 40~50대 중년 여성인 이유도 이 때문. 무지 외반증 상태에서 계속 뾰족구두를 신으면 망치발 등 작은 발가락 변형도 초래된다.

환자는 일단 앞코는 둥글고 쿠션 좋은 신발을 신어 통증을 덜어 줘야 한다. 6개월마다 두꺼워진 지간신경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해도 통증을 덜 수 있다.

만일 이런 방법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하면 수술로 두꺼워진 신경을 제거하고, 변형된 뼈를 바로잡는 수술이 최선책이다.

이 교수는 "수술은 2.3.4번째 작은 발가락에 변형이 있을 때, 그리고 튀어나온 부위에 통증이 심할 때, 또 튀어나온 부위 때문에 걷거나 신발 신기가 힘든 경우에 실시한다"고 설명한다. 발뒤꿈치를 들었을 때 엄지발가락에 체중이 안 실리고 휠 때나 보기 흉할 정도의 변형이 있을 때도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시간은 1시간 정도. 하지만 수술 뒤 관리가 중요해 열흘 정도 입원해야 하며 운전 등 활동을 재개하기까진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앞모양이 둥글어도 문제되는 통굽과 하이힐=통굽 구두는 앞모양이 둥글어 발가락의 변형은 안 온다. 또 앞쪽의 굽도 높아 쿠션 역할을 하는 데다 보폭을 좁게 걸을 수밖에 없어 신는 사람은 편하게 느낀다. 하지만 발바닥 아치 모양이 간과돼 걸을 때 발과 발가락이 함께 움직인다. 결국 장기간 신다 보면 엄지발가락에 힘이 들어가 엄지발가락이 위로 올라가지 않는 엄지발가락 강직증이 생긴다. 또 발바닥에 굳은살도 잘 생긴다.

하이힐은 자세 불균형을 초래하는 게 문제다. 즉 걸을 때 아킬레스건이 짧아져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허벅지 근육이 피로하고 약해질 뿐 아니라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배가 나오는 척추전만증이 된다. 결과적으로 척추.골반.무릎.발목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발바닥에도 영향을 미쳐 족저근막염도 쉽게 초래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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