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황금같은 기회를 흘려보낸 셰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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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7보 (108~137)]
白.李昌鎬 9단 黑.謝 赫 5단

흑▲와 백△, 이 두수가 흥망성쇄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셰허는 아직 급하지 않은 흑▲부터 가일수했는데 순전히 불안감 탓이었다. 그는 상대가 이곳을 노린다고 믿었고, 그 불을 미리 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급한 수는 백△ 자리를 밀고 들어가는 수였다.

'참고도1'의 흑1에 백2로 막으면(물러설 수는 없다)흑3의 붙임수가 성립한다. 백4로 버티는 것은 무리수. 흑6 다음 7로 끼우는 수가 있다. 다음 수순은 '참고도2'를 보자. 백은 무조건 1로 잡아야 한다.

흑2에는 3, 5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두점을 내주면 어차피 진다). 결국 흑6에 이르러 이곳 백대마 전체의 사활이 걸리는 대패가 나는데 흑은 패를 져도 별로 잃을 게 없으니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백△의 곳을 흑이 먼저 밀었으면 이창호9단이라 할지라도 진퇴양난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호전돼 미세한 바둑으로 변했다. 중앙도 백집이 불어날 조짐이어서 백은 거의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간 느낌이다.

셰허5단은 지금의 흐름을 알고 있을까. 자신이 놓친 좌상의 한수가 어느 정도 중요한지에 대해 알고 있을까. 지금은 한수 한수가 무서운 칼날처럼 조심스럽다. 한집도 천근의 무게로 다가온다. 피가 마르는 길고 긴 종반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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