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은 오르겠지만 성과 미지수/중동평화회담 참가 각국의 입장(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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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집트·요르단 적극적 참여/팔레스타인도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스라엘과 시리아가 끝까지 “삐걱”
중동평화회담의 청사진을 담은 초청장이 이번 주말께 참가국들에 발송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루살렘에서는 18일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제8차 중동순방 마지막날을 맞아 이해당사자간에 유리한 고지선점을 위한 막바지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커 장관은 8월초 미·소 정상이 약속한 이달내 회의소집을 위한 정지작업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17일부터 이츠하크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대표들을 연쇄접촉,회담참가 팔레스타인 대표의 자격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보리스 판킨 소련 외무장관도 이날 예루살렘에 도착,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들을 만나 베이커 미 장관을 측면 지원했다.
18일 이곳에서 열리는 미·소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걸프전이후 8개월간의 평화회담 준비 성과를 바탕으로 초청장의 내용을 다듬을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커 장관이 지난 12일 순방길에 오르면서 준비한 중동평화회담 구상은 ▲팔레스타인 대표는 요르단과 공동으로 구성하되 이스라엘이 동참을 거부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동예루살렘 대표는 배제 ▲오는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의전적 성격의 다자간 첫회의 개최 ▲이틀이내에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이스라엘 대아랍 각국간 개별협상 시작 ▲2주이내에 군축·환경·수자원 등 지역문제 협의를 위한 다자간협상 시작 ▲팔레스타인 자치문제는 3년간 자치이행 과도기,이후 자치실시 등이다.
베이커 장관의 이번 순방일정은 이같은 이해절충식 구상에 입장이 접근하는 국가부터 방문,대세를 회의참가분위기로 몰아가는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로부터 시나이반도를 돌려받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및 웨스트뱅크 점령을 묵인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래 10여년간 아랍세계로부터 따돌림을 받아왔다. 평화회담의 성사만으로도 고립을 탈피할 수 있어 회담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요르단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편에 서 미국의 원조가 끊어지고 다국적군에 가담했던 대부분의 아랍국가들로부터 배척받아 이번 회의에 적극성을 보여 고립을 탈피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군사원조 동결이 풀렸으며 이번 회담의 다자간 협상을 통해 부족한 수자원문제를 해결할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 회담에서도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동예루살렘을 되찾아 독립국가를 세우려는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번 평화회담을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걸프전때 이라크편을 들어 아랍 각국의 경제지원이 거의 끊어진데다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감수하며 투쟁해온 자신들의 문제를 주요 이슈로 진행되는 협상을 외면할 경우 국제적으로 더이상 동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점령된 골란고원이 반환되지 않을 경우 군축·수자원이용 등 지역문제를 논의하는 3단계 다자간협상에 불참할 것을 선언했다. 레바논의 국방·외교권을 사실상 장악한 아랍최대군사력 보유국의 하나로 이번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맞서 회의의 성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와 평화의 교환」을 규정한 중동평화에 관한 유엔결의안 2백42호 및 3백38조에 반발,유엔의 평화회담 중재를 거부하고 미·소의 중재를 받아들였으며 아랍 대 이스라엘이라는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다자간 협상보다 개별국가간 협상을 바라고 있다.
베이커 장관은 이번 순방으로 당사국들의 평화회담 참가를 최종 확인하고 회담개최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팔레스타인 대표문제도 웨스트뱅크 및 가자지구출신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자체적으로 선발된 대표들이 요르단과 공동의석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잠정합의를 도출해 냈다.
시리아의 다자간 지역협상 불참입장도 평화회담의 최종단계에 한한 것이고 보면 중동평화회담이 소집되는 것만은 확실시 된다.
그러나 회담소집은 말을 물가로 데려가는 것에 불과할뿐 중동평화라는 물을 먹느냐의 여부는 여전히 당사국들 몫으로 남아 있다.
팔레스타인 대표가 어떻게 구성되든 PLO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이스라엘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평화회담의 핵심인 이스라엘의 점령지역 반환문제는 43년간 안보위협에 시달려온 이스라엘의 아랍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군비축소·환경오염문제·수자원공동이용 등 협상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서는 이스라엘이 이같은 협상을 통해 아랍국가들로부터 공존을 인정받는 실리만 챙기고 영토반환등 양보는 않을 것을 우려한 시리아가 이 문제논의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아랍 각국의 동조를 선동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어느측도 언제든지 판을 깰 수 있는 명분을 갖고 임해 성과는 불투명하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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