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미식축구 "감독이 선수전화 도청"파문|다이감독 스캔들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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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학미식축구의 명사령탑으로 꼽히는 패트다이감독이 최근 「스포츠판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이는 창단된 지 10여년 되는 앨라배마주의 오번대학 타이거스팀을 지난10년 동안 네차례나 정상에 올려놓아 더욱 유명해진 감독. 팀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감독으로 존경받던 다이가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은 디펜스 백이었던 흑인 에릭 램지가 『다이감독은 흑인선수를 차별대우하고 선수 개인전화까지 도청해온 인물』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이감독은 지난81년 부임한 이래 인간미 넘치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조련, 83년에 이어 87,88,89년 등 네차례나 타이거스팀을 대학리그 남동지역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같이 순항을 거듭하던 다이감독은 올 들어 약체팀으로 꼽히는 플로리다대학에 48-7로 대패한데 이어 홈그라운드에서 숙적 앨라배마대학에 85년 이래 처음 패배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비운이 깃들이기 시작했다.
승부욕이 강한 다이감독이 팀의 이 같은 맥없는 패배에 격분,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바람에 진찰결과 비장·간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는 진단이 나오는 등 엉망진창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흑인선수 램지가 병상에 누워있는 다이를 향해 『다이감독의 관심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뿐이며, 특히 흑인선수들에게는 백인여자와의 데이트를 금지시키는 인종차별 등 사생활마저 포기하라며 맹종·굴욕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램지는 신문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이감독을 비롯한 팀관계자들이 선수 개인전화까지 도청한 사실을 폭로하고 그 증거로 다이감독측이 램지에게 무마조건으로 은행대출·콘도 사용료지불 등을 제시한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까지 내놓아 벌집을 쑤신 듯 미국 대학스포츠계에 충격을 준 것이다.
한편 병상에서 일어난 다이감독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껏 타이거스팀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존경을 한몸에 받아왔던 다이감독에 대해 홈구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낀다는 측과 미국 남부지방에 팽배한 인종차별로부터 흑인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는 동정론 등 양론이 일고 있다. <남상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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