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이집트 신비주의에 빠진 모차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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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차르트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문학동네, 각 470쪽 안팎 전 4권

각 1만500원

그렇다, 바로 그 작가다. 10년 전 수많은 국내 독자들의 시선을 고대 이집트로 쏠리게 했던 대하소설 '람세스'을 쓴 이다. 프랑스의 이집트학자이자 소설가인 지은이가 뜬금없이 천재 음악가의 일생을 다뤘다니 의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읽어 가면서 이 소설 역시 이집트와 맥이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모차르트가 이집트의 비전(秘傳)의 계승자로, 혁명기 유럽의 자유주의 사상에 젖어 세상을 바꾸려는 야망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8세기 이집트의 작은 섬 필레에서 젊은 수도사 타모스가 폭군의 용병에게 쫓기는 데서 시작한다. 타모스는 헤르메스 수도원장으로부터 '북쪽의 추운 대지'에서 나타날 대마법사에게 여신 이시스의 지혜와 '토트의 책'을 전해주라는 사명을 받고 유럽으로 떠난다. 어린 천재 음악가의 연주를 들은 타모스는 모차르트가 바로 자신이 찾던 인물임을 깨닫고 그늘 속에서 그를 보호하며 프리메이슨으로 이끈다.

고대 석공조합에서 비롯된 프리메이슨은 평화로운 이상사회 건설을 목표로 활동하던 비밀결사였다. 실제 모차르트는 스물여덟 살에 여기 입문한 후 적극적인 활동을 했으며 그 후 그의 음악색깔도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속에서 모차르트는 어느날 '이집트 왕 타모스'란 대본을 본 후 이집트의 이시스와 오시리스에서 뿌리를 둔 프리메이슨의 핵심 사상을 표현하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 결과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데''돈 조반니''마술피리' 등 역작을 창작한다. 이 과정에서 불온사상을 경계하던 오스트리아 비밀경찰의 주목을 받게 되어 모차르트는 점차 벼랑으로 몰리는데….

작가는 모차르트의 죽음이 가난과 질병에 의한 자연사라든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보듯 살리에리의 질투어린 응징에 의한 것이란 통설을 부인한다. 대신 사실(史實)에 상상력을 촘촘하게 엮어 권력층에 의한 조직적인 살해음모라는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창작의 고뇌, 성(聖)과 속(俗)의 대립이 흥미롭게 녹아들어 이집트 신비주의에 관심있는 이나 모차르트 음악애호가 모두 즐길 만하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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