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측 정두언 의원 "지역구도 처음 깨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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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전략가의 분석과 예측엔 공통점도 있고 차이도 있었다.

이들은 집권 성공의 경험을 가졌거나 현재 집권 게임의 한복판에 있다. 그런 만큼 치열한 현장의 감각이 살아 있다. 관찰자들이 보기 어려운 측면을 드러내 주기도 했다. 차이점은 자기가 처한 이해관계가 다른 데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으로 역대 선거 결과에선 지역 변수가 가장 컸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의원은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역구도가 깨지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선전으로 여권의 '필승' 구도인 호남-충청 연대가 약화될 것이란 예상을 했다. 그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같은 카리스마를 보이는 호남 출신 정치인이 없는 데다 호남 지역에서도 경제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측 이인영 의원도 "지역 영향력이 감퇴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은 "이번에도 (지역 변수가) 큰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호남과 얼마나 연대할 수 있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DJ의 선거 참모를 지낸 이강래 의원도 "대선의 기본은 지역",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참모를 지낸 이광재 의원도 "지역 변수는 상수"라고 했다.

3월인데 여권 후보는 사실상 부재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껏해야 5% 안팎의 지지를 받는 게 최고다. 그러나 박빙의 선거 구도를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유 의원은 "여권이 재정비하면 결국 박빙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지지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박종희 전 의원은 "이번에도 50만 표 내외로 승부가 결정될 것", 이광재 의원은 "시대정신을 이끌 후보가 나와 최종적으로 1 대 1 구도가 돼 3%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를 지낸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여권이) 대세를 이룰 하나의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싸움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강래 의원은 "5 대 5로 갈 것"이라면서도 "통합신당을 만들고 구도를 정립하지 못하면 선거 자체가 의미 없을 수 있다"고 했다. 격차가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보수-진보 이념 대결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대선에선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비판하는 형태였던 데 반해 이번 선거에선 '진보 정권 10년 심판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10년간 좌편향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의원은 "진보 정권 10년 국정에 대한 불만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 측 민병두 의원도 "보수 진영이 (과거 진보 진영처럼) 공격성을 체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좌파(진보)가 아니다"라며 "진보 책임론이 어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은 "단순한 진보-보수 구도는 무의미해졌다"며 "경제는 보수, 외교.국방은 진보가 목소리를 내는 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진영 모두 불안=한나라당 '빅3(이명박.박근혜.손학규)'의 지지율 합계가 70%를 넘는다.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란 말이 한나라당에서 나올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잘나가는 한나라당이나 못 나가는 범여권 모두 "불안하다"고 했다.

한나라당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역설적으로 '여권의 분열상'이다. 정 의원은 "유동적인 대선판은 특히 이 전 시장에게 안 좋다"고 했다. 여권의 대항마가 있어야 이 전 시장이 본선 경쟁력을 무기로 당내 경선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 후보를 띄워 봐야 뻔하니 정치적 세탁 과정을 거치려 고의로 만든 상황"이라며 "여권은 결국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에선 "여권 지지층이 해체돼 버렸다.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후보가 뜰 기반이 마련된다"(이강래 의원)는 걱정이 나왔다. 민병두 의원은 "조직을 복원해 낼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라며 "여권이 정비되지 않은 형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합 성공 ▶지지층 복원 ▶범여권 후보에 대한 폭발적인 지지 확보 등의 과제가 모두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는 점도 범여권의 애를 태우는 요소다.

한편 선거 전략가들은 대선 때마다 빈번했던 당적 옮기기가 올해엔 드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은 천정배 의원 한 명으로 시작해 당선됐고,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의원을 많이 영입했지만 정체성 혼란만 일으켰다"며 "지난 대선부터 의원 숫자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광재 의원도 "대선 시점에서 의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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