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멋진 신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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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다시 문을 연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은 오랜 역사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석강 백화점 대표는 "화려함보다는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갤러리 같은 매장=신세계 백화점 본관은 1930년에 지어진 석조 건물이다. 옛 건물이라 천장이 낮고 복도가 좁아 최근 지어진 백화점들이 자랑하는 시원함은 없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이 갖는, 뭔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은 현대 건물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리뉴얼한 본관은 이런 옛 건물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화재 보존에 사용되는 '3차원 레이저 스캐닝' 장비를 동원해 기존 건축물의 장식재.조각을 세밀하게 복원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던 넓은 중앙 계단도 그대로 살렸다. 대신 매장의 중앙과 남쪽 끝에 있는 비상구를 에스컬레이터로 개조했다. 한 계단에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폭 좁은 에스컬레이터다. 정문 근처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내려가고, 남문 근처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간다.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불편했던 옛 본관보다는 나아졌지만 동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새로운 재미라면 매장 곳곳에 숨어 있는 미술품을 찾아보는 것이다. 백화점 측은 "4000평의 매장에 350억원을 들여 108여 점의 미술 작품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대리석과 목재로만 깔끔하게 꾸민 중앙계단의 2층과 3층 사이 공간에는 푸른 색 바탕에 까만 점을 잔뜩 찍어놓은 김환기 화백의 대작 '뉴욕시대'를 만날 수 있다. 남관 화백의 추상화 '가을형태' (3~4층 사이), 서도호씨의 설치 미술 '코즈앤이펙트'(4~5층 사이) 등 한국 미술가의 대작이 잇따라 걸렸다.

층마다 마련한 휴게 공간도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는 개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 '카시나'의 소파가 놓여 있고, 층마다 주제별로 사진과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6층 옥상에 마련한 하늘정원 '트리니티 가든'도 헨리 무어의 '와상', 루이스 브루조아의 '거미', 호안 미로의 '인물',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등 해외 조각 거장들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편집매장으로 차별화=본관에는 편집매장을 9곳 열었다. 브랜드별로 점포를 나누어 파는 것이 일반적인 백화점 판매 방식이다. 백화점 편집매장은 원래 이런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트렌드를 중시하는 젊은층을 겨냥해 여러 브랜드의 비슷한 컨셉트 제품을 모아놓는 판매 방식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것이 백화점 전체의 컨셉트가 된 것은 신세계백화점 신관부터다. 패션부터 주방용품까지 브랜드보다 트렌드를 중심으로 하는 편집매장을 중심으로 꾸민 것. 이번에도 이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백화점 측은 이번 편집매장에 190개의 브랜드를 유치했다고 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이나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브랜드 제품도 많이 소개된다. 주로 최고가 명품보다는 한 단계 낮은 가격대다. 2층에 있는 60평 규모의 '멀티슈즈 샵'의 경우 마놀로블라닉.프라다.크리스찬 루부탕 등 13개 브랜드로 꾸몄다. 4층 '분더샵'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알렉산더 매퀸.장폴 고티에.요지 야마모토 등의 여성 의류와 버버리 프로섬.드리스 반 노튼 등의 남성 브랜드를 들여놓았다.

에비뉴엘, 갤러리아 명품관에선 볼 수 없는 세컨드라인(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낮춰 생산하는 대중적 브랜드)도 눈에 띈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나 DKNY,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멀티플레이어로 교육받은 매장 직원들=신세계백화점은 재개장 1년 전부터 본관에서 근무할 영업직원 100여 명을 따로 선발해 교육시켰다. 선발 기준은 단정한 외모와 교양 수준, 외국어 능력 등. 이들은 와인.골프.오페라 등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VIP 초청 문화행사에 수시로 참석해 교양수업도 했다. 또 전 직원이 본관 전체에 입점한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았다. '원스톱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재킷을 사러 온 고객이 그에 어울리는 가방을 고민하면 다른 직원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직접 가방도 골라 주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서비스 방식이다. 백화점 6층에 마련된 SSVIP(Super Super VIP.최상위 고객)를 위한 전용 라운지(트리니티 클럽)에선 트렁크 쇼(트렁크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담아와 앉아서 구경할 수 있게끔 하는 것)와 문화 강좌를 연다. 신세계백화점은 SSVIP의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통보 받은 이들은 안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의 SVIP(Super VIP)의 기준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많이 산 1% 안의 소비자들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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