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진주」를 살리자/고색창연한 유고의 두브로브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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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전와중에서 파괴될 위기에 직면
유고사태가 휴전과 교전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혼미를 거듭하는 와중에 세계각지에서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전화로부터 구하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공화국남부 아드리아해안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는 풍광명미한 천혜의 관광지로 비단 유고뿐만 아니라 그 명성이 전세계에 알려져 있다.
주변경치뿐아니라 고색창연한 성벽과 가옥·도로망등 르네상스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두브로브니크는 지난해 유고 전체관광수입의 7할에 해당하는 18억달러이상을 벌어들였을만큼 외화벌이의 창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6월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포,유고가 내전상태에 빠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특히 최근들어 유고연방군이 아드리아해안을 봉쇄하고 함포사격을 가하는가하면 전투기를 동원,공습을 가하는등 두브로브니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1667년의 대지진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전기·수도물공급은 이미 중단된 상태며 머지않아 시전체가 화염속에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마요르 자라고자의장은 유고연방외무장관과 크로아티아대통령에게 긴급전문을 보내 이 지역 문화유산을 파괴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또 유고가 주요문화재보호에 관한 헤이그협정(1954년)과 세계 유적보호협정(1972년)의 서명국가임을 들어 협정준수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조만간 UNESCO대표단을 유고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 거주하는 유고출신 예술인·지식인들도 두브로브니크는 물론 자다르·시베니크등 다른 도시들의 유적파괴에 유감을 표했다.
프랑스 작가 장 오메르송은 『두브로브니크 파괴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이라며 『이곳이 레바논 베이루트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처럼 역사적 유적이 파멸되지 않도록 전세계적인 평화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국제적 압력에 직면한 유고 교전당사자들은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한 실정이다. 연방측은 세르비아계신문 폴리티카를 통해 크로아티아군이 이곳의 유적을 파괴한뒤 그 책임을 연방군에 떠넘기려는 모략을 꾸미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크로아티아측은 이곳을 공격하기 위한 연방측의 사전정지작업이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두브로브니크는 8일밤의 극적휴전으로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그러나 여전히 짙게 드리운 전운에 휩싸여있어 「아드리아해의 진주」를 아끼는 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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