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계파간 「물밑갈등」 심상찮다/노 대통령 “채찍 들겠다”에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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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대 공천과 관련 연말 결전설
민자당의 수면하 세력갈등이 심상치 않다.
민자당안에는 「연말결전설」,「내년 1월 대충돌설」등 대권을 둘러싸고 김영삼 대표측과 민정·공화계간의 담판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를 앞두고 각계파간의 신경전과 고지선점경쟁이 막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대표가 7일 국회대표연설에서 「예측가능한 정치」를 내세워 정치일정을 밝힐 것을 주장한 대목도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한 것으로 앞으로의 결전에 대비한 예고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이 8일 이민우·이만섭·유치송씨 등 재야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내치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이제부터 채찍을 들 것은 들겠다』고 한것도 내정문제뿐 아니라 당에 대한 영향력강화의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가 참고 인내했으나 이제 안정과 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만큼 분명히 할일을 해나가겠다』고 역설했는데 참석한 한 인사는 『매를 들겠다는 발언속에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더라』고 소개.
의원들은 노대통령의 내정챙기기의 파급효과가 공천권행사문제에 직접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계파간 힘겨루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현대그룹세무조사 사실을 「공개」한 것도 노대통령의 내치전환의 신호로 의원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노대통령이 내치대상중 「덩치큰」정치권과 재계를 통치차원에서 확실히 주무를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청와대쪽에서는 대권후보의 자격론을 은근히 내세우며 김대표의 국회연설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후보경선을 통고했다는 소문도 청와대쪽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어서 청와대쪽에서 김영삼 대표의 대세론이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을 견제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일고 있다.
김대표가 뉴욕에 가서 노대통령의 소개로 부시 미국대통령과 인사한 것을 두고 여러갈래 해석이 오갔으나 민정계에 미친 영향은 뜻밖에 커서 『평소 같으면 대표최고위원실에 얼씬 안했을 것』이라는 K의원등 민정계가 대표실에 굳이 인사하러 오는등 동요가 있었다는 것.
이런 것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민정계나 청와대쪽에서는 다시 계파결속을 강화하거나 알쏭달쏭한 소문들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
박철언 장관이나 이종찬 의원쪽에서 김대표의 부시 소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의 내각책임제에 대한 미련,민정계 독자후보추대론 등이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알고 있는 이춘구 의원이 8일 오랜만에 민정계의원을 16명이나 초청해 골프모임을 가진 것도 민정계의 동요를 막는 한편 청와대의 분위기를 은근히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YS계는 최근 신민주계를 동원해 『이미 비중이 어느쪽으로 옮겨졌는지는 분명한 것 아니냐』는등 대세론을 내걸고 민정계의 적극 포섭에 나섰는데 이 때문에 민정계 내부에서는 조만간 신민주계 세력의 차단을 위해 당직개편을 놓고 한차례 예비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즉 내년 선거가 3월 중순께라면 이에 대비한 개각이 빠르면 11월중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때 출마할 장관이나 청와대비서관들을 내보내고 동시에 당직도 선거체제로 바꾼다는 것.
이 때문에 당직개편론도 상당히 강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직은 공천권행사의 방향과 그대로 연결되어 있어 관심인데 김대표쪽은 공천권행사에서 「총재를 대리하는 모습을 확실히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청와대쪽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청와대쪽의 기류를 파악하고 있는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은 공천에서 노대통령의 손때가 묻힌 흔적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총선후 후계자 결정과 권력이양과정에서 「자기체중」을 실을 수 있음을 노대통령에게 여러차례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의원들은 정기국회운영은 안중에 없고 청와대의 「내치강화」와 YS쪽의 「대세론」을 중심한 기류탐지에 여념이 없는데 경우에 따라선 연말연초 결전이 당직개편 등을 두고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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