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득이냐 독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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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7일 ㈜두산은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700원(1.21%) 오른 5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흘 새 15% 가까이 올랐다. ㈜두산의 주가를 밀어올린 것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다.

23일 두산산업개발은 보유 중인 두산 지분 7.2%를 대주주 일가에게 팔았다. 앞으로 두산엔진.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 지분(8%)만 추가 취득하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두산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를 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두산을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지난해 6월 3만 원을 밑돌던 ㈜두산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다.

◆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주가도 오른다?=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향상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너 중심 체제를 벗어나는데다 정부도 이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에선 일단 호재다.

과거 지주회사로 전환한 16개사는 지주사 전환 이후 27일까지 평균 14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85%)을 60%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되면 주가가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오름세를 타던 SBS 주가는 21일 5%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한주흥산을 비롯한 창업 주주들이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지주사 전환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총 3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면 지주사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SBS의 주가는 연일 하락, 27일 5만 원선이 무너졌다.

◆ 기업별로 득실 따져야=그러나 지주사 전환이 무조건 주가 상승을 약속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기업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게임업체인 네오위즈는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였다. 이틀간 오르던 주가는 사흘째부터 횡보했다. 일각에선 "주가 관리용 지주회사 추진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대개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지만 16개 기업 가운데 9개사의 경우엔 같은 기간 코스피 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특히 평화홀딩스는 전환 이후 주가가 35%나 하락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선 지주사의 현재 실적은 물론 자회사 보유지분 등 자산가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 지주회사는=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소속 기업의 사업 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이를 순수지주회사라 하고, 지주회사도 특정 사업을 하는 경우를 사업지주회사라 부른다. 현재까지 지주회사로 설립.전환된 16개사 중 13개가 순수지주회사이고, 3개는 사업지주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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