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국악대중화에 충격|김덕수씨 구속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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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악을 대중화·국제화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김덕수패 사물놀이의 핵심 김덕수·이광수씨가 5일 대마관리법 위반협의로 구속됨으로써 국악계 안팎에 상당한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중예술인들 사이에는 대마초 흡연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악인이 대마초 때문에 구속돼 사회적 물의를 빚기는 이번이 처음인 까닭이다.
구속사안의 경중을 가리기에 앞서 이 사건으로 국악계가 상당한 몸살을 앓게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서양음악의 위세에 눌러 한껏 위축됐던 국악의 신명을 전세계인의 가슴에 심는데 성공한 이 사물놀이 패는 이미 계약이 끝난 국내외 중요공연 계약들을 취소해야할지도 모르는 데다 이를 계기로 국악인에 대한 인식이 한층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
김덕수패 사물놀이는 올해 말까지만 해도 「아오모리 축제」「사천왕사 왔소」등 5개 일본공연, 세계적 뉴뮤직 그룹인 레드 선(Red sun)과의 협연 등이 예정돼 있고, 올해 12월의 전국사물놀이 경연에서 50명을 뽑아 본격 훈련시켜 대전엑스포의 개·폐회식을 장식할 계획이며 92년에는 미국순회공연을 포함한 비중 있는 공연일정을 이미 잡아 놓은 상태다.
「신을 부르는 소리」 「세계를 두드리는 한국인의 영혼과·맥박」등의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사물놀이 패가 창단된 것은 지난 78년. 풍물가락을 현대감각에 맞게 재정립시켜 국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들은 지금까지 20여개국을 누비며 6백회가 넘는 해외공연을 펼쳐왔고 국내공연 횟수도 7백회에 가깝다. 「사물놀이의 원조」로서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 때문에 90년 10월에는 평양 범민족 통일음악회에 참가해 북한 청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올해 5월에도 일본 쓰루가에서 열린「환동해국제예술제」에 중앙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참가, 북한의 평양음악무용단과 합동 공연하는 등 남북문화교류의 물꼬를 터 민족동질성을 재확인시키는데 앞장섰다.
또 이들이 펼치는 무아경의 소리잔치에 반한 국내외의 열광적 애호가들은 스스로 사물놀이 캠프와 공연을 마련하는 등의 열성을 보이면서 「사물놀이안(Samulorian)」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공연활동 외에도 15가지가 넘는 음반과 교육용 비디오 테이프 및 사물놀이 교칙본 등을 만들어 사물놀이 보급에도 앞장섬으로써 현재 전국 각 대학과 직장별 노동조합 치고 사물놀이패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이와 함께 국악 상설공연 및 교육을 위해 스스로 마련한 서울 신촌 이대 앞의 「라이브하우스-난장」에서는 민속기악 페스티벌 등의 알찬 기획 공연과 사물놀이 강습을 마련해 호평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김·이씨의 구속으로 선풍적 일기를 누려온 사물놀이 및 국악계 전반에 한파가 불어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국악인 황병기 교수(이대)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의 소리를 세계에 전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국악을 외면해온 한국젊은이들이 국악을 사랑하게 만든 이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국악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국악인들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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