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제 제조업 되살리기 운동(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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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럽고 험하고 힘든일(3K) 기피감소/“땀흘리는 아빠 진짜사나이” TV광고도/불로소득 따른 “거품경제” 경계
일본에서 한때 경제호황속의 숨은그늘로 우려되던 「3K」기피현상이 요즘들어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 및 서유럽에서 이른바 3D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3K」란 기타나이(더럽다),기켄(워험하다),기쓰이(힘들다) 등의 영어식발음 첫글자 K를 딴 것.
3K 기피현상은 일본 최대경기로 부상한 헤이세이(평성)경기의 절정기인 지난 88년말부터 경제적 여유를 갖게된 일본 국민들이 어렵고 힘든 일은 기피하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을 말한다.
일본 국민들은 땀흘리며 움직여야 하는 제조업·건설업 등을 꺼려하고 서비스·금융 등 「손쉬운」산업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일본 정부는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경기호황의 맥을 끊지나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부동산·증권 등 소위 재테크에 의한 불로소득으로 「땀의 대가」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증시하락·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버블(거품) 경제가 무너지면서 일본 국민들은 본래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3K산업 복권」이라 일컬어지는 최근의 제조업 인기회복 현상은 TV의 CM 방송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 CM이라 하면 상품과 관련된 이미지광고 일색이었다.
그러나 3K산업 인기회복세를 재빨리 감지한 일본 기업측에서는 제조·건설현장을 그대로 보임으로써 땀흘리는 근로자의 모습을 일본 국민들에게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안에서는 빈둥거려도 한낮의 아빠는 달라요. 한낮에 땀흘리는 우리 아빠는 진짜사나이….』
헬밋을 쓰고 땀흘리는 노동현장 근로자들이 화면에 등장하는순간 울려나오는 이 노래는 벌써부터 일본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레코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CM을 내놓은 일본 굴지의 시미즈(청수)건설회사는 3K 이미지만 선호해 지금까지 사람들이 건설업을 꺼려왔지만 건설업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줘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일본 최대 취업정보회사 리크루트사는 지난달 26일 신취업정보지 『가텐』을 새로 발간했다.
사람과 일을 연결시켜 준다는 의미의 『가텐』(합점)은 종래의 취업정보지와는 달리 3K산업과 관련된 직업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리크르트사가 금년 7월 발표한 92년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기기업 랭킹에서는 문과계에서 높은 인기를 차지하던 은행·증권회사들이 버블경제 붕괴여파로 인기가 급락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지난해 인기순위 23위였던 스미토모(주우)은행이 올해는 49위로 떨어진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미쓰비시(삼릉)중공업 등 대형 제조업체의 인기가 대약진을 보였고 철강·기계·전기기기 등 제조업체 이탈현상도 멈추기 시작했다.
또 마이니치(매일) 커뮤니케이션이 이공계 대학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난해 인기순위 1백위 안에 은행·증권회사 등이 9사나 들어 있었으나 올해는 4사로 감소,이공계 대학생들의 문과계 취업붐도 끝나가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후 최대 경기인 이자나기 경기의 벽을 무너뜨린 올해,힘든 일을 기피하는 3K 기피현상이 심화되기는 커녕 3K산업 인기회복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일본 경제의 후퇴를 속단할 수 없게 만드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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