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후보 「제3의 인물」 가능할까(일요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태준위원 행보 빨라져 관심/이종찬·박철언의원도 정중동
차기 대권후보는 김영삼·김대중씨의 양김 대결로 굳어질 것인가,아니면 제2의 인물이 전격 등장,새로운 양상을 맞게될 것인가.
차기 대권구도를 둘러싼 두 김씨간의 선두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민자당 최대계파인 민정계의 관리자 박태준 최고위원이 최근 활발하게 움직여 주목을 끌고있다.
양김 대결 불가피론은 김영삼·김대중씨 캠프의 대권전략의 기본구도일뿐 아니라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 사실.
우선 야권에서는 통합야당인 민주당의 출범으로 14대 총선에서의 참패 등과 같은 변수가 없는한 김대중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는 것은 불문가지라는데 정치권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사정이 간단치 않다.
물론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측에선 김대중 대표와 맞설수 있는 인물은 김영삼 대표밖에 없다고 호언하며 양김 구도 조기정착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몇몇 고위당직자를 비롯,일부 민정계 의원들로 민주계측의 「대세론」과 「대안부재론」에 동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정·공화계측은 『반드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결전에 대비한 「내부결속 다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화계의 김종필 최고위원이 최근 자신의 지역구 재출마와 14대 총선 공천의 각 계파간 지분보장을 공언하고 나선 것은 김대표의 대권전략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민정·공화계는 해석하고 있다.
민정계의 이종찬·박철언씨측은 특히 차기 지도자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면서 국민들에게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관리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신정치론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특정정치인의 대권욕을 달성시키는 개인적 차원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YS」 전선구축의 움직임속에 박태준 최고위원이 최근 심상찮은 행보를 보여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최고위원은 ▲지역구 출마에 유보적이던 종전과는 달리 출마결심을 밝혔고 ▲민정계 중진 및 초·재선 의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군부 등 범여권 인사는 물론 재계·문화계·여성계 등 각계 지도자들과 빈번히 접촉하고 있으며 ▲정치적 소신을 주저없이 피력하고 ▲자신에 대한 유언비어를 적극 방어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최고위원은 자신의 30년 공이 들어있는 포항이냐,아니면 고향인 양산이냐의 출마지역 택일을 놓고 고심중이다. 결심만 서면 포철회장은직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역구 출마는 정·재계에 한발씩 걸치고 있던 지금과는 달리 전문정치인으로서 일대 변신을 의미하며 따라서 그의 역할과 위상은 차기 대권경쟁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게 민정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민정계 의원들에 대한 관리강화와 각계 지도자들과의 접촉을 빈번하게 하는 것도 범상치 않은 대목. 지난 7월 민정계 중진 골프회동 주선을 시발로해 계속되고 있는 민정계 내부관리는 최근들어 차기대권에 뜻을 품고있는 이종찬·박철언 의원을 비롯,초·재선에서 중진에 이르기까지 1대 1 면담을 통해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총선후 민정계 후보조정,특히 이·박의원과의 민정계후보 사전조율에 대비하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본인도 그 점을 시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육사 8기에서 16기까지의 전·현직 주요 군인사들,전숙희 한국펜클럽 회장 등 문화계인사,여성단체인사들,이공학계 30대 박사들을 포함한 학계인사들과의 만남은 물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박용학 무협회장·조중훈 한진회장 등 재계지도자,연희동 핵심참모에 이르기까지 각계의 다양한 지도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점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는 부분이다. 종전의 「보신적」태도와는 판이하다는게 중론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 피력을 자제해왔던 그가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뼈아픈 비판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나 정치적 이해가 첨예한 선거구 분구문제,공무원 봉급 두자리수 인상불가 등 여권의 속성상 하기힘든 부분까지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향후 박최고위원의 정치적 역할과 위상에 대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최고위원측은 또 모친이 일본인이라는 항간의 소문,권력핵심부와 밀착 등을 이유로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공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어논리를 펴고있다. 예컨대 『경주김씨 태생의 90노모가 버젓이 생존해 있는데도 일본인이라고 하는 것은 악의에 찬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60년대 포철의 신화를 이룩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몸바쳐온 경력이 결격사유로 꼽힌다는 것은 대권과 상관 없이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박최고위원의 이같은 심상찮은 행보를 보는 민정계의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있다.
우선 차기 여권후계자는 정권쟁취에 인생의 목표를 두고 있는 기성정치지도자여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반YS 공감대를 범여권에 걸쳐 확산시키는 한편 국가 경영능력을 갖추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후계자를 옹립해야 한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다.
박최고위원 본인도 『차기 지도자는 젊고 능력이 있으며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이 설을 뒷받침하는 듯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지배적 시각은 그가 민정계 후보조정이 실패로 돌아가고 김영삼 대표와 맞대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자신이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보는 견해다.
현재 민정계내에서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이종찬·박철언 두의원이 번여권의 총체적 지지를 받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당내외 지적을 감안할때 대권후보 주자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박최고위원 본인이 제3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대권후보 가능성에 대해 『그런 상황이 와서야 되겠느냐』고 소극적 태도를 표시했으나 그런 상황이 오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차기총선 등 향후 정치일정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여권내 후계자 논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어 박최고위원과 민정계가 어떤형태로 의견을 집약시켜 나갈지가 관심거리다.<문일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