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일본 비정치 교류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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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이 오는 11월초 북경에서 열리는 제5차 북-일 수교회담을 앞두고 정부차원의 활발한 교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북경에서의 제4차 북-일 수교회담(8·31∼9·2)이 이렇다할 성과 없이 끝나 쌍방간 정부차원의 관계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 9월 들어 사회단체·언론·예술인 등 모두 7개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하고 일본측으로부터 언론·출판대표단과 일-조 우호촉진의원연맹지부대표단 등 8개 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비정치적 성격의 대일 교류에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 북한이 일본에 파견한 대표단으로는 9월3일 평양을 출발한 직맹 대표단(단장직총부위원장 김국삼)을 비롯해▲보천보경음악단▲조선중앙통신사대표단▲민주법률가협회대표단▲사로청대표단▲대외문화연락협회대표단 등이며 조평통 부위원장 전금철도 방일했다.
북한은 또 지난 7일 일-조 우호촉진의원연맹 전의장인 구노 주지를 초청한데 이어 이 연맹 산하의 미야기현 대표단, 시즈오카현 대표단을 각각 초청했으며 9월 중순에 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 마에다 야스히로 및 NHK방송취재단, 그리고 일 사회당 조직국장 후카다 하지메(참의원 의원) 등을 잇따라 초청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평양에서 최초로 일본도서전시회를 유치, 일본의 이와나미 서점 사장과 도서전시회대표단(9·21∼24)을 각각 초청하기도 했다.
북한이 9월 들어 일본과 이 같이 활발한 교류를 전개하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주민들에게 심어놓은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해소와 대일 수교에 따른 주민들의 충격완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열린 일본도서전시회가 비록 쌍방간 문화교류 합의(91년4월8일)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전시된 도서 중에 김일성·김정일의 문헌 등 일본에서 출간된 북한관련서적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과 김일성이 이례적으로 북한을 방북한 8개 대표단 중 구노 주지 참의원 의원·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이와나미 서점 사장 등을 직접 접견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이 국제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만큼 폐쇄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일본국민에게 이해시키려는 목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보천보경음악단이 9월13일부터 10월20일까지의 방일기간 중 18회의 공연을 갖도록 스케줄이 잡혀있는 것도 이 같은 의도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일조 우호촉진의원연맹과 사회당 등 일본의 친북 단체와 언론들에 대해 북-일 수교문제·핵사찰무제·유엔가입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입장을 홍보, 이들이 일본정부에 수교회담 자세개선 및 조기수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북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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