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이웃 돕는 "벽안의 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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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이 가장 보람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고생 5명의 어버이 노릇을 하며 매주 한 두차례 달동네를 찾아가 불우한 가정에 물품을 전달하며 돕는 미국인 윌리엄 놀런씨 (51) 는 『나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삶은 재미없다』.고 말했다.
미군 중령 출신으로 독신인 놀런씨는 현재 서울 용산 해방촌에 있는 22평짜리 셋방에서 중학생 2명, 고교생 3명등 5명을 키우는 어머니이자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다.
집안이 가난하지만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중·고생이면 자신의 집에 받아들여 고교 졸업때까지자신의 집에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학교에 보낸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도시락 5개를 싸 아이들을 등교시키면서 그의 일과는 시작된다.
지난 76년부터 그가 맡아서 키운 중·고생은 모두 60여명에 이르며 대부분 성공해 목사·미국유학생·택시 운전사·컴퓨터 프로그래머등이 되었다.
그는 또 매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서울 변두리와 경기도 일대의 달동네를 찾아가 생필품을전달한다.
한번에 10가구씩을 방문하는 그가 전달하는 물품은 한집에 쌀 40kg, 라면 1상자, 밀가루 3kg, 조미료등 5만원어치며 겨울에는 연탄 50장이 추가된다.
방문한 가정에서는 그가족의 어려움을 들어준뒤 성경을 나눠주고 함께 기도한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학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입원을 알선하고 등록금 고지서를 가져와 대신 내준다.
독실한 침례교도로 미8군 교회인 사우스 포스트 채플에 나가는 그는 자신의 연금 전액과 주로 외국인인 교회 관계자·신도들이 지원하는 돈을 재원으로 이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62년부터 모두 세차례 한국근무를 한 그는 73년 용산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소령으로 근무할 때 길거리의 구두닦이 청소년 2명을 영내로 데려와 먹이고 입히기 시작한 것이 이런 생활로 이어지게 됐다.
84년 중령으로 예편, 고향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런스로 돌아갔던 그는 한국을 못잊어 85년 선교사 비자로 입국해 지금까지 평신도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77년 한국중앙청소년회의소에서 인류애상을 받았고 지난해엔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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